[만화] 장르파괴 유행 '신세대 겨냥'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만화 장르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장르파괴 현상이다. 한 작품 속에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는 '크로스오버 만화' 가 유행이다. 잡지 연재만화에서 더욱 뚜렷하다.
만화를 이제 학원, 무협, 순정, 스포츠, SF, 멜로 등으로 나누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신세대들은 만화를 그런 식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구분할 수도 없다. 한 작품에 세 가지 이상 장르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 캐릭터 성격도 복합적이다.
이런 현상은 신세대를 겨냥한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부킹' '영점프' '영챔프' 등 주요 만화잡지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격주간지 '부킹'에 연재 중인 문정후의 '용비불패'가 꼽힌다. '용비불패'는 코믹물과 무협물이 혼합된, 코믹무협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다.
주인공 용비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특이한 캐릭터. 정의파지만, 돈 앞에선 사기꾼으로 돌변한다. 여자도 꽤 밝힌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선과 악의 대결을 뼈대로 하는 기존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영챔프'에 연재 중인 유현의 '선녀강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는 퇴마물이지만 학원물, 멜로물의 성격도 강하다. 인간인 소년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이밖에 윤태호의 'YAHOO'(사이코드라마+학원), 엄혜진의 '호협애사'(공포+멜로), 양경일의 '아일랜드'(추리+퇴마), 이유정의 '자갈치전(학원+SF) 등이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만화로 꼽힌다.
장르파괴는 만화시장의 큰손인 신세대의 가치관이 변한데서 시작됐다. 2, 3년전부터 시도된 현상이다.
'부킹' 편집부 박성식팀장은 "신세대들이 기존 작품의 선악 대립구도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장르파괴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새 흐름을 감지한 만화가, 기획자들이 발빠르게 대응, 선과 악이 공존하는 새 캐릭터를 개발하면서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영지(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잡지)가 흐름을 주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키라' '에반게리온'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