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전여옥 - 바바라 월트즈에 박수를
기사입력 1999년 03월 09일 15시 05분
내가 바바라 월터즈를 만난 것은 90년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여성 언론인 모임이었다.
각국에서 자존심 세기로 또 잘난척 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른바 중견 여기자들이었지만 마지막 세션에서 바바라 월터즈가 나타나자 모조리 `언니부대'로 돌변해 버렸다.
그녀와 단한차례라도 악수하고 싶어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증거사진 한장 박으려고 난리들이었다.
바로 전까지 미국이 독점하는 상업주의 언론이니 보수주의 반박에 거품을 물던 일은 한마디로 `없었던 일'이었다.
역시 바바라 월터즈였다.
사실 나는 바바라 월터즈를 언론인으로서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중의 흥미만을 쫓는 그녀의 스타일이 싫었고 인터뷰할 때 인정사정 없이 묻는 것이 참 품위없고 지독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본 월터즈는 의외로 여성적인 고운 여자였다.
그러나 월터즈가 입을 열자마자 그 특유의 깨지는 듯한 목소리와 액센트가 강한 발음은 그녀를 `암호랑이'로 돌변케 했다.
"나이 60세 다시 결혼을 했다. 나는 결혼이 내 일의 안정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는 일을 줄이고 노후를 함께 하길 바랬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현역이다. 아무래도 이번 결혼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는 요지였다.
나는 참으로 신기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때 겨우 8년차의 기자였던 나는 일이 주는 매정함과 언론 주변의 인간들에게 이미 지쳐있었다.
어떻게 저 여자는 저럴 수 있지.
그 바바라 월터즈가 다시 화제이다.
모니카 르윈스키 인터뷰로.
나는 여전히 상대방을 짓이기고 있는 `월터즈의 인터뷰'를 보면서 대중언론이 만들어 놓은 고문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바바라 월터즈가 68세, 우리나이로는 70세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나도 그녀의 인터뷰 방식은 둘째로 치고 그녀를 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 나이까지 버틸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긴장과 고통 그리고 굴욕을 거친 결과가 아닌가.
게다가 70세라는 나이에도 그 옛날의 미모가 아니라 확실한 `존재의 이유'를 찾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