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강쇠 원적지 '영-호남' 다툼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변강쇠의 원적지는 과연 어딜까'.
전북 남원군이 변강쇠-옹녀의 캐릭터를 만들어 관광 상품화하자, `연고권'을 내세워온 이웃 경남 함양군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남원군은 최근 변강쇠-옹녀 캐릭터 19종을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변강쇠@옹녀 캐릭터는 남원 토종돼지（일명 흑돼지）로 만든 소시지를 의인화한 것으로 건강식품과 주류 등의 상표로 사용될 전망이다.
남원군은 판소리 12마당 중의 `변강쇠타령'을 들먹이며 변강쇠와 옹녀가 남원 사람임을 주장하고 있다.
변강쇠타령엔 변강쇠와 옹녀가 산내면 백장골에 한동안 산 것으로 묘사돼 있으며, 변강쇠가 장승을 베어 땔감으로 사용한데 분노한 장승신이 전국의 장승들을 불러모아 변강쇠를 응징하는 회의를 한 곳도 백장골이라는 것.
남원문화원측은 "변강쇠타령의 대가인 송흥도 명창이 판소리를 배운 곳이 바로 산내면 실상사 부근인만큼 그곳이 변강쇠와 옹녀의 주무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반해 경남 함양군도 변강쇠타령에는 분명히 변강쇠와 옹녀가 마천면 등구마을에 살았다고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함양군은 등구마을 이웃 추송마을에도 변강쇠가 나무하기가 싫어 장승을 베었다는 백송사가 있으며, 100년 이상 된 목장승 2개가 증거물로 남아 있다며 `확실한 연고권'을 주장했다.
함양군측은 그러나 "변강쇠를 관광상품화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변강쇠를 상스럽게 여기는 유림들의 눈치를 보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반응도 양쪽이 너무 대조적이었다.
함양군 마천면 등구마을 40여가구 주민들은 "변강쇠를 아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은 우리 마을에 없다"고 대답할 정도로 무관심한 반면, 남원의 백장골에서는 남녀의 성기를 닮은 지형을 변강쇠와 옹녀의 `흔적'으로 적극 홍보하는 한편, 변강쇠 테마 공원을 만드는데도 적극적이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