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사장님 삐끼 - 정중한 매너로 호객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10∼20대 술집 삐끼（호객꾼）들이 밤거리의 `요주의 인물'로 낙인이 찍히자, 정장 차림에 품위를 가장한 30∼40대 `사장님 삐끼'들이 설쳐대고 있다.
윤모씨（33．회사원）는 지난 6일 `멀쩡한' 사장님 삐끼로부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윤씨는 고교 동창 2명과 함께 서울 강남에서 소문난 N 나이트클럽에서 양주 두병을 마시고 자정쯤 거리로 나섰다.
그 순간 넥타이 차림의 30대 남자가 고급 승용차 앞에서 정중하게 윤씨 일행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는 요아래 단란주점 사장입니다. 개업한 지 1주일도 안됐는데, 2차 가신다면 잘 모시겠습니다."
술집 사장이라는 그 남자는 `양주 큰 것 한병과 안주 팁값 모두 포함해 25만원'이라면서 정중하게 명함도 건넸다.
솔깃해진 윤씨 일행은 그를 따라 강남역 주변에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마담, 손님이 오셨는데 뭣들 하는거야."
그 남자는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종업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윤씨 일행은 그가 업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새벽 3시쯤 술자리를 끝내려던 윤씨는 계산서를 보고 당황했다.
사장의 말대로라면 기본에다 양주 한병을 추가한 술값이 37만원이어야 정상이지만, 계산서에는 67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급기야 지배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더니, "그 사람은 삐끼이기 때문에 술값을 모른다"며, "계산도 카드는 안 받는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는 수없이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술값을 치른 윤씨 일행은 뒤늦게 술집 사장을 가장한 삐끼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유흥업소 심야영업 허용은 허가 업소에만 해당된다"며 불법업소의 영업 행위는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삐끼들이 소개하는 업소 대부분이 불법 영업장이기 때문에 따라가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