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뚝심이 만든 '인간의 무대'
기사입력 1999년 03월 08일 15시 33분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한국판 `고도를 기다리며'를 비롯 다양한 여성연극과 실험연극의 산실로 불리운다.
`인간주의' 연출가인 임영웅을 중심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연극의 정도(正道)를 걸어온 대표적인 극단이다.
극단 산울림의 연극은 남다른 특징을 지닌다. 연극성과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무대화했고, 인간을 위한 인간적인 명배우 명무대가 펼쳐졌다.
시류나 유행에 초연한 채 인간과 삶의 모습을 내밀하게 그려내는 연출가 임영웅의 뚝심과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낸 극단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 또한 산울림 연극의 한 특징이다.
올 30주년 기념 첫무대로 산울림소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중인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드니즈 샬렘 작, 임영웅 연출).
깍쟁이 같고,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며 떠들고, 자식에 대해 너그럽지 못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주검을 앞에 놓고 오열하는 딸의 사모곡이다 진혼곡이다.
하찮게 여겨지는 일상(모녀 간의 애증)이지만, 그 일상이 무너졌을때 느끼는 비애스러움을 통해 작고 사소한 것들로 채워지는 일상의 연속성이 얼마나 삶에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모녀가 나누는 일상적인 대사가 멋지고 품위있는 연극언어로 변신,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것은 품격있는 연극을 양산해온 산울림의 저력이다.
극단 산울림의 연극적 상상력은 대체로 삶의 원형질을 인식시켜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삶 그 자체보다는 그 삶을 형성하는 주변요소들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의 형태를 연극만들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번 무대 역시 모녀간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삶의 근원에 도달하고자한다. 그 끝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배우이자 `매력덩어리 중견'인 박정자(엄마역)는 세련되고 섬세한 감성연기로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아 들인다. 그의 대사는 귀에 찾 달라붙고 그의 움직임은 눈을 황홀하게 한다. 여기에 우현주(딸역)의 신선미는 감칠맛 난다.
누군가 말했다. "극단 산울림 연극은 관객과 국가가 보호해야할 문화자산이라고". 28일까지.(02)334－5925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