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드라마 표절 언제까지
기사입력 1999년 03월 07일 15시 22분
`표절의 역사'는 언제까지 계속되려는가.
90년대초 들어 MBC 드라마 `질투'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표절얘기가 드디어 지금 방송중인 `청춘'까지 나왔다. 불행하게도 MBC는 `청춘'의 표절혐의를 받아들여 10회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MBC 결정에 관계없이 방송위원회는 `원전'인 일본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을 3일 입수해 심의중이다. 이 `대질'의 결과에 따라 어떤 제재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작년 5월 KBS 2TV `일요베스트_결혼 2주년'이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 `내남자친구의 결혼식'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경고'(경고 및 연출자경고) 조치이래 우리 드라마 사상 두번째 제재가 된다.
일찌기 `질투'는 일본드라마 `도쿄스토리'를 장면부터 내용까지 본땄다는 얘기를 들었다. KBS의 `느낌'은 `그대의 연인'을, MBC `M'은 영화 `토털 리콜'과 `엑소시스트'를 모방했고, `의가형제' `별은 내가슴에'도 혐의를 받았다.
MBC `예감'은 일본만화 `시마과장'과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를 섞었고, SBS `뉴욕스토리'는 미국 NBC의 `프렌즈'란 시트콤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샀다.
이러다 결국 `결혼 2주년'이 `표절'로 경고를 받더니, `청춘'은 자진해서 일찍 문닫는 수모를 겪고, 방송위원회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방송심의규정 60조에는 `타작품을 현저하게 모방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 적용돼 심의를 받은 것은 `결혼 2주년'이 유일하다.
방송위에서 이같이 `표절'에 관해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된 건 표절의 한계가 불분명하고, 계측 판정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방송위의 결정에 의해 외부에 노출되면 `국제저작권' 문제로 비화돼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제작자들은 방송위의 이런 `방패막'과 `애국심'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셈이 된다.
방송사에서 누가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이건 철학자의 명제이지 프로듀서나 작가가 할 얘기는 아니다. 이런 PD(작가)에게는 베껴도 괜찮은 `패러디 프로'를 적극 권하고 싶다.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