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격호 롯데그룹 부친묘 도굴 '유골유괴'
기사입력 1999년 03월 06일 02시 31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의 묘소를 파헤쳐 시신 일부를 훔쳐간 뒤 거액을 요구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5일 경남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중곡산에 있는 신회장 부친 신진수씨(73년 작고)의 묘가 파헤쳐지고, 시신의 머리부분이 사라진데 이어 유골을 보관중이라고 40대 남자가 8억원을 요구,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분묘 조사 결과 미이라화된 시신의 목과 머리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8시 35분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회장 비서실로 '울산에 사는 최'라고 밝힌 40대 남자가 전화를 해왔다.
"회장 부친의 유골을 발굴해 다른 곳에 보관중이다"는 내용.
신회장의 선산으로 급히 내려간 그룹 관계자들은 묘소가 2m 깊이로 파헤쳐져 길이 3m, 너비 1m 크기의 철제 관 뚜껑이 절반 가량 떨어져나가고 관을 둘러싼 목판이 흩어진 채 시신 일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범인은 같은 날 오후 4시 40분쯤 묘소 확인 여부를 물은 뒤 경찰과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범인은 이어 5일 오전 11시쯤 2차례 전화를 걸어 "유골을 돌려줄테니 현금 8억원을 부산으로 가져와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5일 오전 첫번째 전화의 발신지가 대전시 중리동 공중전화부스인 것을 확인, 인근 파출소에 출동명령을 내렸으나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묘지 주변에서 곡괭이 1개와 장도리 2개 등 도굴장비를 발견, 정밀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협박 전화를 건 전라도 말씨의 40대 남자 음성을 녹음한 테이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문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최수한 2~3명이 지난 3일 밤 도굴했을 것으로 보고 주변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금품을 노린 단순범행 또는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 등 2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중이다.
또 범인이 신회장 부친의 묘소 위치를 잘 알고 있고 "신회장 큰어머니의 묘소도 알고 있다"고 협박한 점을 미뤄 신회장 주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범행일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관계자는 "묘를 파고 시신을 훔쳐 돈을 요구하는 범죄가 처음인데다가 범인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 짧게 통화한 뒤 장소를 옮기는 등 수법이 치밀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회장은 7일 귀국 할 예정이며 신회장의 장조카인 신동인 부사장과 그룹 연수원장인 오정환 상무 등 그룹 핵심인사들이 범인과 협상을 벌이며 대책을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