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길우씨] 금강호쇼 진행 '쿠르즈MC'로 진가발휘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5시 24분
"금강산 유람선에서의 밤은 제가 책임집니다."
초호화 유람선 현대 금강호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볼쇼이 발레단의 무용, 인기 가수의 라이브 무대, 마술, 승객들의 노래자랑 등 `금강산 쇼'를 진행하는 어길우씨(39)는 국내 최초의 `크루즈 MC'로 자리를 굳혔다.
"남과 북을 오가며 열리는 쇼인 만큼 너무 가볍게 진행할 수만 없는 게 어려움입니다. 장전항과 온정리 등 북한 땅에서 헐벗고 굶주린 동포를 보고 돌아온 승객 앞에서 음담패설이 섞인 우스갯 소리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특수 상황에서 펼쳐지는 쇼인 만큼 사연도 많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의 북한 입국이 거부됐을 때 승객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침부터 11시간 동안 공연을 하느라 저는 목이 쉬었고, 심일성 전속악단은 전원이 발에 쥐가 났으니까요."
일주일 내내 바다에 떠있다가 화요일 하루 동해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집에 다녀온다는 어씨는 "집을 아예 동해로 옮긴 덕분에 일주일에 하루라도 가족 얼굴을 보지만 집이 서울에 있는 승무원은 물론 중국,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등 외국인 승무원들은 몇달째 배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