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빗장 풀린 룸살롱 'IMF 없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30분
요즘 룸살롱의 방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1일부터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면서 서울 강남의 유흥가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4일 오후 11시 20분쯤 서울 강남 논현동의 N호텔주변의 K룸살롱.
`물좋은 손님'이 몰린다는 이 곳은 밀실 15개가 모두 만원이어서 IMF불황을 무색케했다.
그동안 손님이 없어 곰팡이가 피었던 룸마다 호스티스들의 웃음소리와 가라오케 밴드소리가 넘쳐흘렀다.
방이 모자라 손님을 돌려보내는 업소는 압구정동, 잠실부근의 룸살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회사원 박모씨（45）는 평소 알고지내던 2∼3군데 룸살롱의 전화예약에 모두 실패한뒤 이색체험을 했다.
"2시간 뒤에 오라"는 새끼마담의 이야기를 들은 박씨는 친구, 후배 등 4명과 부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새벽 1시쯤 핸드폰 호출을 받았다.
역시 그때까지 지하 룸살롱의 방은 만원이었고 마담의 안내에 따라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모텔로 올라갔다.
10여평 남짓한 모텔방안에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른바 60∼7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방석집' 분위기였던 것.
방석위에 앉아 양주를 마시면서 호스티스의 접대를 받다보니 영락없이 `갓쓰고 양복입은 꼴'이었다.
강남의 룸살롱이라고 해서 모두 다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마담도 없고 `킹카'의 호스티스도 확보하지 않은 2∼3류급 룸살롱은 고객확보를 위한 생존전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예인 O양의 포르노 확보' 또는 `아침 8시까지 화끈하게 모십니다'라는 달콤한 문구의 팻말을 내놓은 채 삐끼들의 호객에 매달리고 있다.
룸살롱의 호황으로 주변의 음식점과 숙박업 등은 때아닌 `대목'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방 20개를 갖고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7）는 "한동안 룸살롱의 영업부진으로 숙박업소가 파리를 날렸으나 요즘은 하루 매상이 평균 100여만원까지 오르고 있다"면서 "한때의 거품현상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강남의 일부 유흥가에는 새벽 3∼4시면 귀가전쟁이 일어난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택배（宅配）' 요금은 5만∼10만원까지 호가하지만 언제나 차가 모자라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IMF 상황에 놓여있는 것인지 `에라! 모르겠다'인 I'M Forgotten 상황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면서 "지금이 때가 어느 때냐"며 반문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