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김병현 에이전트 전영재씨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09분
국가대표 잠수함투수 김병현（20）을 해외 진출선수중 최고 계약금（225만달러·약 27억원）, 최초의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이끈 주인공 에이전트 전영재씨（42）.
뉴욕메츠의 서재응에 이어 김병현까지 품에 안은 그가 지난 4일 짬을 내 동대문구장에서 하일성 본지해설위원을 만났다.
▲하일성（이하 하）:축하합니다. 큰 일을 해내셨더군요.
▲전영재（이하 전）:고맙습니다.
▲하:애리조나 구단을 선택한 이유부터 물어볼까요. 가장 많은 계약금을 제시했기 때문인가요.
▲전:200만달러 이상을 제시한 팀이 4팀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투수진이 약해 김병현의 출전기회가 많습니다. 또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폭이 더 넓고 좌중간 외야펜스의 길이가 아메리칸리그보다 3∼4m 정도 깁니다. 그래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고, 땅볼 타구보다 플라이가 많은 병현이에겐 내셔널리그가 훨씬 유리합니다.
▲하:계약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습니까.
▲전:구단들끼리 몸값을 담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보안 유지에 애를 썼습니다. 마지막까지 여러 팀을 스카우트 경쟁에 참가시켜야 했거든요.
▲하:곤란한 질문인데 한의원과 에이전트 수입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전영재씨는 현재 LA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전:재응이나 병현이 모두 아직 계약금을 다 받은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야구로 돈 벌어놓은게 없습니다. 에이전트비는 계약금의 5％ 정도입니다.
▲하:LA다저스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티브 김과 라이벌 의식은 느끼지 않습니까.
▲전:저는 박찬호처럼 큰 돈을 버는 선수의 에이전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마케팅보다 선수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겠죠.
▲하:국내선수들의 미국 유출에 앞장섰다는 비난도 받을 텐데.
▲전:물론입니다. 그러나 저도 선수나 학부모들이 미국만 가면 무조건 박찬호처럼 성공한다고 믿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입니까. 적당한 돈을 10명에게 뿌려 그중 한 선수만 성공해도 나머지 9명분의 투자액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철저한 비지니스의 세계입니다. 무차별적인 미국 진출은 한국프로야구는 물론 선수 개인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그렇다면 박찬호를 제외하고 지금 미국에 진출한 13명중 메이저리그에 올라갈만한 선수가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전:4∼5명 정도입니다.
▲하:서재응과 김병현중 누구 더 성공할 것으로 보십니까.
▲전:저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20승 투수가 돼야한다는 것보다 꾸준히 발전해 은퇴할 때까지 무사히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응이나 병현이 모두 그럴 재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솔직하게 대답해줘 고맙습니다. 서재응과 김병현의 성공을 빌겠습니다.
▲전:감사합니다.
[정리＝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