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승] '코트위 땀과 먼지향취 그리웠어요'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09분
420일만에 밟아본 창원실내체육관의 플로어.
포르말린 냄새에 비하면 땀내와 먼지가 뒤섞인 향취가 너무나 싱그러웠다.
예전엔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
두차례에 걸친 수술. 석고붕대를 감고 보냈던 200여일의 시간들.
흘러간 선수로 기억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던 수많은 순간들.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이 이런걸까요."
아킬레스건을 끊어놓았던 그 코트에 4일 다시 선 양희승（25．LG）은 이렇게 말했다.
1998년 1월 8일.
SBS와의 경기서 백코트하던 도중, 오른쪽 발목에서 뜨거움이 느껴졌고 그것이 끝이었다.
서울 백병원의 차가운 수술대에 두차례 누웠고 다리를 끌며 일본행 비행기 트랩도 세번이나 올랐다.
오른쪽 허벅지의 굵기가 왼쪽과 4.5㎝ 차이를 보여 걸을 수도 없었고 지난해 겨울엔 농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근육단련 기구만 봐도 소름이 돋쳐요."
5개월여의 근력운동으로 양희승의 허벅지 굵기 차이는 현재 1.5㎝ 내외.
0.1t이던 몸무게를 91㎏로 줄이면서 지난달 1일부턴 벤치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4일, 꿈에 그리던 그 코트에 섰다.
11득점. 고려대 재학시절, 이충희（LG 감독）의 대를 이을 슈터로 각광받았지만 그는 이날 6개의 3점슛을 던져 하나밖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새출발치곤 괜찮았다.
"코트밸런스를 맞춰나가면 슛감각도 금방 찾을 것 같아요. 다시 저를 주목해주세요."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