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방장 - 방졸없는 202호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4시 09분
두산 `반달곰 군단'이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 쓰쿠미.
야수들이 짐을 푼 가네망호텔 202호에는 두 `선배'가 산다.
프로선배인 정수근（22）과 야구선배인 강 혁（25）이 나란히 누웠다.
서로 선배대접이 깍듯하다.
입단후 처음으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온 강 혁은 아직 어리숙한 프로.
그의 첫 프로 룸메이트인 정수근은 데뷔 5년째인 베테랑이다.
정수근은 훈련요령부터 팀에서의 생활법, 나무배트 적응기술, 프로 투수들의 특성까지 틈날때 마다 세세하게 가르쳐준다.
딱히 볼거리, 놀거리가 없는 쓰쿠미에서도 `쌕쌕이' 정수근은 바쁘다.
어디서 무얼 파는지, 무얼 볼만한지 귀신같이 찾아내 몸을 놀린다.
덕분에 강 혁 역시 초행인 이곳, 작은 마을 쓰쿠미에서 나름대로 흡족할 만큼 쇼핑도 했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입장이지만 정수근의 형님 모시기에는 한치의 태만이 없다.
처음 만날때 부터 `형님'으로 확실하게 모신 정수근의 대접은 강 혁이 민망할 정도다.
"프로 선배인 수근이에게 배울게 너무 많습니다. 궁금한 점은 몽땅 해결해주는 척척박사예요."（강 혁）
"마음에 맞는 선배를 만나 너무 좋아요. 제가 고집도 센데 잘 맞춰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형입니다."（정수근）
그래서 방장도 없고, 방졸도 없는 `두 선배의 방'이다.
[쓰쿠미＝이승민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