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와룡매 400여년만에 고국땅으로
기사입력 1999년 03월 04일 14시 33분
`와룡매'（臥龍梅）를 아시나요?
와룡매는 용이 누운 형상으로 옆으로 뻗는 특이한 수종.
임진왜란때 왜군 장수가 가져가 우리나라에는 절멸（絶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와룡매의 후계 묘목이 돌아온다.
외교통상부는 4일 "임진왜란때 군사 3천명을 이끌고 왔던 일본 동북지방의 맹주 다테마사무네가 1593년 철수하면서 홍매（紅梅）와 백매（白梅） 묘목 두그루를 가져다 일본 3경의 하나인 마쓰시마의 고사찰에 심었다"며 "이 와룡매의 후계 묘목 홍매와 백매 각 두그루가 오는 10일 국내에 들어와 안중근 의사 순국 89주기인 26일 서울 남산 안의사 기념관 주변에 심어진다"고 밝혔다.
이 와룡매는 현재 마쓰시마의 서암사 경내에서 홍매와 백매 두그루가 용의 형상으로 비스듬히 누운채 매년 분홍꽃과 흰꽃을 활짝 피우며 자태를 뽐내 이 지역 명물로 꼽히고 있다.
진한 꽃향기와 열매가 독특해 미야기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특별관리되고 있다.
이 와룡매가 돌아오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미야기현 와카야나기츠의 대림사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추도법회에서 서암사 히라노 주지가 안중근 의사 숭모회 관계자들에게 묘목을 주겠다고 밝힌데서 비롯됐다.
히라노 주지는 그뒤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가 협의했고 이치카 이치로 참의원과 대림사 주지가 일본 외무성에 협조를 요청, 외교통상부와 일본 외무성이 나서 `공식 환국'하게 된 것이다.
외교통상부 홍보과 홍성욱 사무관은 "와룡매는 다테마사무네가 임진왜란 당시 울산, 양산, 진주 등지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미루어 영남지방에서 채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와룡매는 번식력이 약해 묘목의 뿌리를 내리는데 어렵게 성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와룡매는 안중근 의사와 묘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다테마사무네는 서암사를 중건하던 1609년 3월26일 서암사 경내로 옮겨 심었는데 그로부터 300년뒤인 1909년 안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했고 이듬해인 1910년 3월26일 순국했다.
안중근 의사 숭모회는 와룡매 묘목이 돌아오면 임업연구원에 맞겨 건강상태 등을 점검한뒤 오는 26일 한_일 양국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환국기념식을 갖고 안의사 기념관 옆 남산식물원 정원에 식수할 계획이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