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찬호 몸값' 치열한 탐색전
기사입력 1999년 03월 04일 13시 54분
`과연 100억원대 장기 계약이 가능할까?'
올시즌 준비가 한창인 메이저리그.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타운에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 박찬호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계약 연장문제.
올해 230만달러（약 27억6천만원）를 받는 박찬호에 대해 LA다저스측은 이미 장기계약을 원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며, 특급투수 대우를 해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찬호측도 일단 장기계약에 뜻을 두고 있지만 변수는 상당히 많다.
작년 계약기간 2년 동안 300만달러에 사인했을 때만해도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에 연봉 1천500만달러짜리 투수（동료 케빈 브라운）까지 탄생하면서 박찬호 본인이나 팬들의 기대치가 한층 높아졌다.
연봉 1천만달러（약 120억원）는 무난하리라는 낙관론이 무성하지만 다저스의 공언（公言）이 혹시 공언（空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신중론도 있다.
다저스에서 서둘러 장기계약하려는 의도는 박찬호가 2001년부터 자유계약선수（Free Agent）가 되기 때문이다.
프리에이전트의 신분은 선수들의 연봉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다.
글자 그대로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므로 선수의 몸값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박찬호는 오는 2000년 연봉조정（Arbitlation） 신청 대상이 되지만 연봉조정신청으로 거액을 챙기는 예는 드물다.
다저스에서는 박찬호 진영을 잔뜩 띄워 놓고는 프리에이전트가 되기전에 400만∼500만달러대의 연봉으로 4∼5년 계약을 맺자고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에이전트 스티브 김씨는 굳이 장기계약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의 제의가 합당하다면 가능하지만 낮은 연봉을 제시할 경우 내년 시즌에는 연봉 조정신청을 하고 2001년에 자유계약선수가 된뒤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지만 양측이 정작 협상 테이블에 앉는 시기는 정규 시즌이 시작된 뒤가 되리라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다.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몸값을 흥정하게 될 박찬호의 연장계약은 아직 겉으론 평온하지만 물밑에선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머리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 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