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노트] 현대 구단주의 권위 벗어버린 '日행차'
기사입력 1999년 03월 04일 13시 54분
현대 정몽헌구단주가 스프링캠프를 방문한다.
정구단주는 오는 6일 `이례적으로' 현대가 캠프를 차린 고베시를 찾아 훈련을 지켜보고 선수단을 격려한다.
작년 한국시리즈때도 잠실야구장을 찾는 등 야구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소문난 정구단주지만 스프링캠프를 방문하기는 96년 창단후 처음.
구단주가 자기 팀 훈련모습을 보는 것은 `개가 사람을 문 사건'처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경영 최일선의 모그룹 회장들이 구단주를 겸임하는 우리의 실정에서는 국내도 아닌 해외 전훈캠프를 찾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최근 애리조나의 스프링캠프를 방문, 랜디 존슨, 매트 윌리엄스 등 톱스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 화제가 됐었다.
클린턴의 입장에서야 미국에서 국민적 여가（National pastime）로 불리는 야구와 친밀도를 높이고 싶은 계산이 깔린, `정치적 제스추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린턴은 직접 글러브도 껴보고 야구규칙에 대해 선수들과 한참동안 토론까지 벌였다고 하니 부러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서울에서 고베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거리.
양복속에 감춰진 권위를 떨쳐버리고 선수들과 거친 호흡을 함께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닐 듯 싶다.
정구단주의 어려운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욕심이 있다면 선수단에게 건네는 첫마디로 `올해는 꼭 우승합시다'는 말보다 `오랜만에 나랑 캐치볼 한번 할 사람 없습니까'란 말이 먼저 나왔으면 한다.
[고베＝김우석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