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쌍방울 또 트레이드 소문
기사입력 1999년 03월 04일 13시 54분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중인 쌍방울 김성근감독은 요즘 기량이 점점 나아지는 선수를 보면 입버릇처럼 말한다.
"쟤 저렇게 잘하다 내년에 다른 팀으로 팔려가는 것 아냐?"
농담섞인 한마디지만 쌍방울의 아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쌍방울은 재정악화로 97년 포수 박경완（현대）을 9억원에 현금트레이드 시켰고, 작년엔 조규제（현대）를 3억원, 김기태_김현욱（이상 삼성）을 20억원에 각각 보냈다.
김기태_김현욱의 트레이드를 KBO로부터 승인받으면서 `올시즌 3할 이상의 승률과 99시즌 종료까지는 현금을 전제로 한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는 굴욕적인 서약서까지 썼다.
팀의 간판 김기태마저 내보낸 구단의 어려움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최근 남은 주전급 선수 몇몇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는 등 여기저기서 나도는 소문은 심상치 않다.
사실여부를 떠나 소문 자체가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고 시기가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 지원이 부족해 정신적인 박탈감에 허덕이는 선수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우는 일이다.
`언제라도 유니폼을 갈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속에서 제대로된 훈련을 할수 있겠는가?
쌍방울 선수들은 일본의 중고교 수학여행단이 주로 묶는 오키나와 국제유스호스텔서 3,4명이 이층침대서 자고 있다.
프로야구 초유의 이층침대 전지훈련이다.
1m92의 장신 투수 박정현은 다리를 굽히고 새우잠을 자고 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서 불평이란 찾아 볼수가 없다.
오히려 하고자 하는 의욕들로 넘치고 있다. 육체적으로 불편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생기고, 또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오키나와＝박재호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