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P로 시작해 O로 끝나는 '비디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5시 21분
지금 화제의 영화 `쉬리'가 개봉 뒤 연일 10만명 이상을 극장 안으로 오게 해서 이미 100만을 육박했다던가, 넘겼다던가…?! 필름이 피곤해 `언제 쉬리? 언제 쉬리?'라고 즐겁게 신음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좋은 영화, 재밌는 영화는 이렇게 관객이 몰린다.
이 영화도 전국을 한바퀴 휩쓴 후에는 미처 시간이나 관람료가 없었거나, 함께 극장에 갈 사람이 없어서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비디오로 출시될 것이다.
비디오 대여 수는 쉽게 집계가 되지 않는다는데, 아마 `쉬리'같은 명화일 경우 대단치 않을까?
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구분해 두 종류다. 소문난 영화는 개봉 첫날 그것도 첫회, 첫번째 관객으로 `암표'라도 주고 사서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골수파들이 있는가 하면, 나중에 비디오로 나와 그 대여료가 300원으로 떨어져도 `그 영화 안 보면 뭐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라는 무덤덤파가 있다.
그런 비 매니아들도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오락물이라는 `영화'를 안 볼리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다르다. 아마 포… 어쩌구 시작하는 영화들일 걸. 그들은 작품선정을 이렇게 하는데, 간혹 비디오점 주인과 싸인이 맞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_여기 비디오 점.
뇌리끼리한 눈빛을 띠고 들어선 영화 팬.
"헤헤… 저 재밌는 거 주세요… 저저… 있죠?"
주인 "어떤 프로를 말씀하시는지…?"
"에, 그러니까 피(P)로 시작해서 오(O)로 끝나는 거 있잖아요?(안 들릴 정도로) 포.르.노요!"
그때서야 주인도 알았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테이프를 챙겨줬다.
그 `노루표 영화'광은 재빨리 집으로 와서 테이프를 넣고 `Play'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그 영화는 `피노키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