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플라리스 랩소디 (3)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5시 21분
라스 법무대신은 잠시 신음을 토했다.
"1,200권이라고?" 법무대신은 고개를 돌려 배가 가라앉는 징후가 없는지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엘리엇 선장께는 말씀드렸죠?"
율리아나 왕녀는 다시 어깨를 으쓱했고, 라스 법무대신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지 않은데. 뱃사람들에게 이상한 버릇을 배운 것 같군.
"아무리 선장님이라고 해도 레이디의 소지품에 대해 궁금해하실 권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라스 법무대신은 이번에는 실제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독수리의 성채에 도달할 때까지 배가 가라앉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그리고 라스 법무대신은 탁자 위에 놓여있던 찻잔을 들어올렸다.
제국력 1024년, 남해가 청자색으로 물드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모두 세 척의 카밀카르 갤리어스로 이루어진 카밀카르의 선단은 청자색 바다 위로 유유히 흰 선을 그리고 있었다. 기함 레보스의 뱃머리에 부딪치는 파도는 희디 흰 찬미로 바뀌어 남청색의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율리아나 왕녀와 라스 카밀카르 법무대신은 레보스의 선상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은 채 한가로운 오후와 바다, 그리고 차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셋 중 어느 것에도 특별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한가로운 티 타임이었다.
카밀카르의 삼왕녀 율리아나 카밀카르는 필마온 기사단의 기사단장 발도 로네스와 결혼하기 위해 필마온섬에 위치한 검독수리의 성채로 향하고 있었다. 검독수리의 성채는 대륙의 남쪽 해안 전체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필마온 기사단의 본성이다. 그리고 법무대신 라스 카밀카르는 신부측 입회인이자 보호자로서 동행했다.
율리아나 왕녀는 시니컬한 농담으로 이 항해를 `물고기와 갈매기를 하객삼아 이루어지는 가장 긴 신부 입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진짜 농담을 하고 싶을 때, 율리아나 왕녀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해운국인 카밀카르 왕가는 남해를 주름잡는 필마온 기사단에게 막대한 뇌물을 줄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고, 따라서 뇌물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그래서 그녀가 필마온으로 가는 것이다. 신부가 따라가면 뇌물도 혼수품으로 둔갑하는 법이니까.
"그건 너무 비참한 해석이군요, 왕녀님."
라스 카밀카르 법무대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율리아나 왕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이 배에 가득한 선물들은 다 뭔가요? 그건 누가 보더라도 혼수품이라기보다는 뇌물이라고 할 거에요. 아, 그래요. 특별 화물실에는 싱잉 플로라(노래하는 꽃)도 실려 있더군요. 그건 도스 계곡에서만 나는 거 아니었어요? 아주아주아주, 한번만 더 할게요, 아주 비싼 꽃."
법무대신은 조금 놀라버렸다.
"아니, 특별 화물실에 어떻게 들어가셨습니까?"
"들어간 적 없는데요."
"그럼?"
"예? 당연히 노래를 들었죠. 슬픈 노래였어요. 싱잉 플로라는 무서워하고 있는 거 같더군요. 하긴 제가 꽃이라고 해도 이런 바다에 나오게 되면 무서울 거에요. 아무리 멋진 화분에 심겨져 있다고 해도 꽃은 땅에서 자라야 되는 것 아닐까요."
"노래요?"
"그럼요. 싱잉 플로라가 노래 부른다는 것이 뭐가 이상한가요?"
율리아나 왕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법무대신을 바라보았다. 법무대신은 눈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왕녀를 마주보고 있었던 것이다.
"왕녀님. 정말 들으셨습니까?"
"그럼요."
"싱잉 플로라가 노래부른다는 것이야 이상할 것이 없지만, 왕녀님께서 싱잉 플로라의 노래를 들었다는 것은 퍽 이상하군요."
"왜죠?"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