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유태인 학살다룬 슬픈코미디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5시 21분
또 한 명의 영화천재를 만나게 됐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베니니.
코미디배우로, 감독으로, 또는 제작자와 작가로 발군의 역량을 과시하면서 유럽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고 있는 인물.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의 영화작가적 역량이 집대성된 수작이다. 이미 지난해 칸영화제의 그랑프리를 비롯해 30여개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기록을 세워가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비영어권 영화'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아카데미상에서조차 최우수작품상 등 7개 부문에 후보지명돼 전세계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무엇보다도 유태인 학살이라는 심각한 소재를 유쾌한 코미디로 펼쳐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유태인 대학살에 관해서는 농담도 하지 말라"고 할 만큼 뼈속 깊이 남아있는 상흔이건만 로베르토 베니니는 금기에 도전하듯, 이를 180도 뒤집어 눈물이 배어있는 코미디로 만들어냈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까지 맡았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부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로맨스, 후반부는 유태인 강제수용소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희생의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로 이루어진다.
2차세계대전 말, 삼촌의 식당에 웨이터로 취직한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
도라는 약혼자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귀도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택한다. 귀도와 도라가 함께 화원으로 도망치는가 싶더니 화면이 바뀌면 그 화원에서 똘망똘망한 소년 조슈아(조르지오 칸따리니)가 나타난다.
행복한 이들 가정에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하는 것은 이탈리아를 점령한 독일군의 유태인 말살정책 때문. 유태인인 귀도와 조슈아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자,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면서도 자원해서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어린 아들이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자신들에게 주어진 현실이 `하나의 게임'이라고 얘기해준다. 조슈아는 아버지의 얘기대로 `1등상 탱크'를 받기 위해 천진난만하게 수용소생활을 해나간다.
수용소에서의 귀도의 행동은 `눈물겨운 코미디'의 극치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내의 수용소를 향해 죽음을 무릅쓰고 오펜바흐 호프만의 `뱃노래'를 축음기로 틀어놓는 장면이나 패망직전 탈출이 발각돼 총살당하러 가면서도 궤짝에 숨어 지켜보는 아들을 위해 장난치듯 걸어가는 장면은 가슴이 아릴 정도.
수용소의 공포를 직설적이거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오히려 비극과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름다운 사랑과 유머로 영혼을 지탱하는 베니니의 `웃음철학'이 단연 돋보이는 `놓치면 아쉬운' 영화다.(6일 서울극장)
[전문가 평점]
★★★★★(최우수)
★★★★(우수)
★★★(괜찮은 수준)
★★(보통)
★(수준이하)
강한섭(서울예술전문대 교수)-★★★★★
조희문(상명대 교수)-★★★★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