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원조교제 '13세 여중까지…'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4시 14분
미성년자에게 용돈을 주고 성 관계를 맺는 이른바 `원조（援助）교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유료 주차장.
여고생 정도로 보이는 10대 소녀 2명이 그랜저 승용차에 접근했다. 곧이어 운전석 창문이 열리더니 검은 안경을 낀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조수석에도 다른 남자가 타고 있었다.10대 소녀들은 그랜저 남자들과 잠사 얘기를 나누더니 함께 승용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대검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청소년 유해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원조교제 윤락을 한 10대 소녀 105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는 13세의 여중 1년생도 포함돼 있어 수사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에 적발된 10대들은 폰팅이나 이벤트 업체를 통해 윤락 행위를 하다 적발된 케이스. 거리를 배회하는 가출 소녀들까지 포함하면 `원조 교제'를 하는 숫자는 꽤 많을 것이라는 게 검찰측의 추산이다.
이들이 남자를 한 번 만나고 받는 돈은 10만∼20만원. 상대 남성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편.
핸드폰을 사준 뒤 수시로 이들과 연락해 만나는 중년 남자들도 있다.
경찰에 구속된 윤모씨（32．외판원）는 10세 소녀 2명에게 "함께 관계를 갖자"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경찰관을 사칭해 욕심을 채우기도 했다.
54세의 한 공무원은 자기 딸 또래의 여중생을 집으로 데려가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직장에 통보되는 바람에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 강남 일대의 유료 주차장이나 카페, 레스토랑 등지에서 만나 원조 교제를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나, 워낙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거리에 나서지 않고 폰팅 무료전화나 이벤트 업체를 이용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업체에 전화를 걸면 컴퓨터를 통해 상대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염려가 없다는 것.
원조 교제에 나서는 10대들 가운데는 평범한 가정의 모범생들도 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용돈이 필요할 때만 남자를 만나기 때문에 부모들도 깜빡 속아 넘어간다는 것.
유흥업에 종사하는 접대부들까지 원조 교제에 나서고 있다.
매일 같이 출근해 억지로 술을 먹지 않아도 되고 돈이 필요할 때 남자를 만나면 되기 때문에 자유스럽다는 게 그 이유다.
대검찰청 송길룡 검사는 "원조교제는 성윤리를 송두리째 뒤흔든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라며 "원조교제 현장이나 10대 소녀들이 유흥업소 등에 일하는 것을 목격하면 반드시 대검 자녀안심운동본부（02-3480-2828）에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