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두스타일 안방마님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3시 39분
어느 마을에 기타맨과 만돌린맨이 나란히 이사왔다.
기타맨은 틈만나면 흥겹게 기타를 연주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두들 그의 연주를 듣자마자 반했다. 그러나 듣기좋은 소리도 한두번.
밤낮으로 울려대는 기타소리에 이웃들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만돌린맨이 악기를 들었다.
소리는 크지않았고 단박에 귀를 잡아끄는 매력도 덜했다.
그러나 챙챙대는 기타소리에 지친 사람들의 귀에 만돌린의 은근한 울림은 찰지게 달라붙었다.
만돌린맨은 침묵의 효과도 깨닫고 있었다.
그는 짧게 연주하고 오래 쉰뒤 팬들이 안달날 때쯤 다시 만돌린을 퉁겼다.
손가락이 아픈 쪽은 기타맨이었지만 이웃들은 만돌린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서 벌어진 두산과 긴테쓰의 연습경기때 선발 포수였던 신인 홍성흔은 경기 내내 연신 투수의 공을 칭찬하고 타자의 기를 죽였다.
화이팅이 대단하다고 했더니 두산 김인식감독이 빙긋이 웃으며 기타맨과 만돌린맨의 우화를 들려준다.
흔히 포수는 다소 시끄럽게 분위기를 리드하는 쪽이 낫다고 한다. 특히 투수들이 씩씩한 포수를 좋아한다.
투수격려에 힘을 쏟는 포수가 있고 타자견제가 주특기인 포수도 있다.
국내 투톱인 LG 김동수와 현대 박경완은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타자의 신경을 건드리는데는 해태 최해식이 으뜸이고, 두산 진갑용은 주로 투수와 야수들을 상대로 떠든다.
소리만 우렁차다고 `입플레이'를 잘하는 포수는 아니다.
기타맨과 만돌린맨의 차이라고 할까.
김감독은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루키 포수 홍성흔이 멋진 만돌린맨으로 듬직하게 자라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