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공중도덕 양심불량 '해도 너무해'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24분
경기도 파주의 한 맥반석 사우나장은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하루 평균 5개의 치약이면 충분한 남탕에 비해 여탕엔 2∼3배나 많이 소비돼, 1주일동안 여탕에 치약을 무제한 공급해보았다.
그랬더니 하루 최고 36개까지 사용됐다. 그러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다 쓴 치약통은 불과 4개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일부 여자 목욕탕은 수건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남탕과 달리 수건이 아예 없거나 1인당 한개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집이 가까운 도심의 공중목욕탕은 말할 것없고 관광지나 온천단지 등의 고급 사우나시설에도 이같은 경우가 더러 있다.
몇년전 경북 울진의 한 온천사우나장이 여탕에도 수건을 무제한 제공키로 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이 업소는 한달여만에 수건이 400여만원어치나 없어지자 곧 1인당 한장으로 제한해버렸다.
수건을 하루 한장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곳에서도 한달 평균 10％정도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건 한장당 구입 비용은 1천800원 정도여서 업소측에선 만만치않은 비용이다.
남탕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여탕에 비해 분실율이 다소 낮을뿐 사라지는 수건이 적지 않다.
콘도나 레저단지의 숙박시설에서도 사라지는 물품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콘도의 경우 심지어 TV리모콘과 벽걸이 시계, 뜨거운 것을 올려놓는 받침대까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악산의 한 콘도업체는 2년전 시설개보수를 하면서 방마다 그림액자를 하나씩 걸어놓았는데 한달여만에 20∼30％가 없어졌다는 것. 심지어 단체객들이 많이 묵는 레저단지의 숙박시설에는 TV까지 사라진 경우가 있다.
경기도 양주의 한 레저타운은 방갈로내 물품의 분실이 잦자 휴대폰 번호판을 만드는 자매회사에서 사용하고 남은 재료로 그릇 받침대를 만들어 이를 대신 가져가도록 유도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레저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서비스개선을 위해 값비싼 물품을 비치해놓으려고 해도 분실이 두려워 엄두를 못낸다"며 "이같은 양심불량은 손님들 스스로가 `싸구려'취급을 자초하는 격으로 올해는 꼭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