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한국형 포르노 유통실태 (하)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24분
극소수 마니아들만이 접속할 수 있다는 인터넷 사설 게시판에는 `미공개 포르노 VCD를 팝니다'라는 솔깃한 광고문이 떠올라 있었다.
2일 취재팀이 확인한 그 광고문에는 최근 거래상들이 판매하고 있는 22가지의 비디오 제목과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비디오 테이프와 VCD로 제작돼 시중에 나돌고 있는 `한국형 포르노'는 세가지 유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째 타입이 유명 연예인들의 섹스 테이프라는 소문과 함께 날개돋히듯 팔렸다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포르노들이다.
이들 포르노들은 실제 연예인들의 성생활을 찍은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시장에 유출돼 사회적으로 요란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폐쇄 회로 카메라를 이용한 몰래 카메라 비디오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훔쳐보기'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목욕탕 공중화장실 비디오방 러브호텔 등에다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불특정 인물들의 사생활을 무차별로 벗겨내는 이들 몰래 카메라 비디오들만 해도 20여가지나 나왔다.
심지어 최근엔 목욕탕에서 자위 행위를 여성이나 여고 화장실까지 침투한 몰래 카메라 비디오 목록이 나와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몰래 카메라처럼 조작해 만든 연출 포르노까지 나왔다.
해외에서 한국인（교포）들이 만든 포르노도 국내로 은밀하게 흘러들어오고 있다. `여대생의 하루' 등 자극적인 제목의 이들 해외판 포르노들은 대부분 외국에 서버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파일 형태로 팔리고 있다. 매달 신용카드로 요금만 내면 인터넷을 통해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지난해 IMF로 생활고에 찌들린 한국 유학생이 미국 포르노에 출연했다고 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유학생 포르노'는 취재팀의 확인 결과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출신의 포르노 전문 여배우인 `크릿시 리'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크릿시 리는 `백인은 뜨겁게할 수 없어' 등의 포르노물에 출연해 미국 포르노계에서 황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
그녀의 비디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 웹사이트까지 있었다.
2일 취재팀이 접속해 확인한 `아시안 101' 이란 사이트는 친절한 한글 설명과 함께 크릿시 리의 포르노 비디오를 개당 40달러에 통신 판매하고 있었다. 카달로그엔 크릿시 리 뿐 아니라 다른 한국 여성이 출연하는 포르노 비디오도 있었다.
인터넷 전문가 한지운（28）씨는 "외국에 서버를 설치해 포르노 동영상과 비디오를 판매할 경우 국내에서는 단속할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앞으로는 국내유통상 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유입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에 한국형 포르노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캠코더가 널리 보급돼 있는데다가 청계천 등지에서 10∼20만원선이면 칼라 흑백 폐쇄 회로 카메라（CCTV）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몰래 카메라 비디오를 누구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 일대에서 음란물 단속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경찰서 박태종 소년계 계장은 "몰래 카메라와 조선족 비디오 등 음란물들은 가정과 인간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뿌리가 뽑힐 때까지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