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플라리스랩소디(2)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5시 24분



1. 제국의 공적 제1호

"이것 좀 보시겠어요?" 율리아나 왕녀는 `하나뿐인 신으로부터 인정받은 법황의 가호가 함께 하는 카밀카르의 율법 수호 책임자'(간단히 말해서 법무대신)에게 몇 장의 종이로 된 리포트를 건넸다. 라스 카밀카르 법무대신은 점잖은 동작으로 리포트를 받아들고, 다른 손으로는 기품있는 동작으로 외눈안경을 착용했다.

자유:1)타인에게 구속되거나 얽매이지 않은 채 마음대로 하는 것.

2)극악무도한 해적이자 제국의 공적 제1호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의 불측한 해적함대의 사악한 기함의 선명. 전장 75m, 3단 갤리어스, 승선인원 450명, 대포 50문 탑재. 이 사악에 물든 배의 선수상에는 필마온 기사단, 사트로니아 공화국 해양청, 레갈루스 왕국 선주연합이 각각 2천만 데리우스씩의 자금을 출자하여 공탁한 6천만 데리우스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이 현상금은 제국 수도 란셀의 제국 공탁소에 보관 중이며, 제국인과 비제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호의 선수상을 가져오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 사악에 물든 배의 건조는……. (제국백과사전 7권 220페이지에서 발췌)

복수:1)해를 받은 본인이나 그 친척, 혹은 친구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가해자에게 해를 돌려주는 행위.

2)극악무도한 해적이자 제국의 공적 제1호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이 소지한 명검의 이름. 크기는 대략 1.2m로 추정. 일설에 의하면 타락한 엘프 장인에 의해 벼려졌다고 하나 확인된 바 없다. 놀라운 세공과 믿을 수 없는 강도, 예리함을 자랑한다. 다케온 영주 네그리파 다케온이 다케온 지방 전체의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댓가로 구입을 희망하였으나 키 드레이번이 `그렇게 싼 가격으로는 팔지 않는다' 고 대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수많은 선장과 제독의 피를 마셔온 이 명검 `복수'는……. (제국백과사전 2권 105페이지에서 발췌)

해류:바닷물의 흐름. 다종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야기되는 해수의 운동 중 비교적 장주기에 걸쳐 대규모로 일어나는 해수의 운동을 가리켜 해류라고 부른다. 극악무도한 해적이자 제국의 공적 제1호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이 저술한 `해양학 입문'을 보면 해류란……. (제국백과사전 14권 329페이지에서 발췌)

라스 법무대신은 그만 킬킬거리고 말았다. 덕분에 외눈안경이 떨어졌지만 다행히도 대신의 무릎에 떨어졌다. 라스 법무대신은 키들거리며 외눈안경을 주워올렸다. 그런 법무대신을 보며 율리아나 왕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편집증이에요. 그렇죠?"

"하하하. 편집증이라. 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요. 왕녀님. 그런데 이런 리포트는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이 배에 제국백과사전이 실려있지도 않을 텐데."

"제국백과사전이라면 제…짐에 있어요."

율리아나 왕녀는 하마터면 혼수품에…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늙은 대신은 무심하게 말함으로써 젊은 왕녀의 볼이 발갛게 물들게 만들었다.

"왕녀님의 혼수품에요? 아니, 궁인들이 백과사전을 포함시켰을 리는 없을 것 같소만?"

"제가 포함시키라고 말했어요."

"왕녀님께서요?"

"예. 아무래도 검독수리의 성채에 서책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그 외진 곳에서 책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즐겨 보는 책 몇 권을 골라서 싣게 했어요."

"몇 권이나?"

"얼마 되지 않아요. 한…." 그리고 율리아나 왕녀가 천연덕스럽게 말한 숫자는 법무대신을 질겁하게 만들었다.

"1천 200권 정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