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용병들이 본 원산폭격
기사입력 1999년 03월 02일 13시 52분
`원산폭격'을 영어로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지난 1일 해태의 캠프지인 하와이주 알라와이구장.
수비 포메이션을 훈련하던 선수들이 갑자기 하나둘씩 뒷짐을 지고 땅바닥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이호성 홍현우 등 고참급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자 후배들도 "앗, 뜨거워라"하며 잽싸게 엎어졌다.
순간 알라와이구장의 그라운드는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
이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샌더스와 브릭스 두 외국인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제외하곤 선수 전원이 땅에 머리를 쥐어박고 있는 기묘한 모습이었다.
약 1분간의 `고요함'이 끝나자 다시 운동장은 미트질과 타구음, 선수들의 고함소리로 활기를 되찾았다.
`원산폭격'은 해태선수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일종의 규율.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고 뭔가 나사가 빠진 듯한 훈련 분위기가 이어지면 정신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기 위한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선후배의 기강이 남다른 해태만의 특징. 한데 이 `원산폭격'을 본 외국인 선수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훈련이 끝난뒤 샌더스는 "만약 내게 저걸 하라고 한다면 나는 절대로 안 할 것이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잘못됐을 때는 말로 지적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해태 스타일이 나쁘다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누구든 내 인격을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무조건 맞받아 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실감케하는 장면이었다.
[호놀룰루（미 하와이주）＝김상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