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싶은그녀] 정신지체 남녀의 러브스토리
기사입력 1999년 03월 01일 16시 13분
신체장애를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영화는 대부분 가슴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곤 한다. 짐 쉐리단 감독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걸출한 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영국영화 `나의 왼발'이 그랬고, 할리우드에서는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레인 맨'이 그랬다.
그런가하면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의 `제8요일'에서는 실제로 다운증후군 환자인 파스켈 뒤켄이 배우로 출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줄리아 로버츠를 일약 스타덤에 끌어올린 `귀여운 여인'의 게리 마샬 감독이 오랫만에 내놓은 `사랑하고 싶은 그녀'(원제 `The Other Sister')도 이 범주에 당당히 포함될 수 있는 영화다.
여기에는 물론 줄리엣 루이스와 지오바니 리비시라는 뛰어난 배우들의 열연이 단단히 한몫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LA의 중심가 선셋 블루버드에 위치한 하모니 골드 씨어터에서 열린 `사랑하고 싶은 그녀'의 월드 프리미어가 끝난 뒤, 각국에서 참석한 400여명의 기자들은 감동의 눈물과 함께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약간의 언어및 정신장애가 있는 스물네살의 칼라(줄리엣 루이스)가 주인공. 치과의사인 아버지(톰 스케릿)와 어머니(다이앤 키튼), 그리고 두 언니는 칼라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칼라는 가족의 보호로부터 벗어나 홀로 서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결국 공립직업학교에도 입학하고 혼자 사는 아파트까지 갖게 된 칼라는 학교에서 자신처럼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대니(지오바니 리비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칼라와 대니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 특히 어머니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칼라와 대니는 자신들의 첫경험을 추수감사절에 갖는다. 무드있는 음악을 틀자는 칼라의 제안에 자신이 좋아하는 행진곡을 크게 틀어놓는 대니.
게리 마샬 감독은 칼라와 대니의 사랑이야기, 이들을 위태롭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들을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 `웃다가 울다가 감동하는' 로맨틱코미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시련과 갈등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일궈내는 칼라와 대니의 지극히 순수한 모습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빼어난 열연'을 펼친 줄리엣 루이스와 지오바니 리비시의 절대적인 공.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똑같은 인간이며,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게리 마샬 감독은 레즈비언인 칼라의 둘째 언니를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The Other Sister'는 칼라만이 아님을.
[줄리엣 루이스 인터뷰]
_실제 장애자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연기였는데.
▲(소녀처럼 박수까지 치면서) 최고의 찬사다.
_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칼리포니아'나 `내추럴 본 킬러' 등이 다소 파격적이어서 그런 인상을 준 것 같다. 사실 복잡한 인물 묘사가 배우로서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예쁜 여배우가 아니라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이고 싶다.
_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모든 연기가 어렵다. 다만 연기가 끝난 후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뿐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대니가 술에 취해 칼라와의 첫경험을 떠들어대자 사람들이 비웃을 때, 감정에 복받쳐 `웃지마세요'를 소리치는 장면에서 힘들었다. 끝나고난 뒤, 탈진할 정도였으니까.
_대니역의 지오바니 리비시와의 연기호흡도 일품이었다.
▲지오바니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여서 특히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_이번 영화를 끝내고 장애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면.
▲영화하기 전, 맥브라이드 스쿨 등 특수학교에서 장애를 겪고 있는 어린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들이 얼마나 투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그때 알았다. 영화를 끝내고 나서 감독 등 스태프들과 함께 그들을 위한 기금조성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LA＝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