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다빈치의 눈물 (8)
기사입력 1999년 02월 28일 14시 59분
"어디 계세요? 저도 믿을 수가 없어요. 저런 그림을…, 당신이 그리다니…."
탄성을 지르던 연희는 곧 영신을 찾아봤지만, 영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신씨, 어디 계세요? 이제 그만 나오세요."
쥐죽은 듯이 조용한 주위에 불현듯 두려움을 느낀 연희는 영신을 찾아 작업실을 둘러보며 그림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막 그림의 뒤편으로 가려는 순간 연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연희가 움직이는 대로 그림 속의 미녀의 눈이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엔 착각이겠지 생각하던 연희도 눈동자를 굴려 정확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미녀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온 몸이 얼어 붙어 버렸다.
"헉… 어떻게?"
순식간에 굳어가는 몸을 겨우 움직여서 그림 뒤쪽으로 도망치려던 연희는 이번엔 참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 털썩 쓰러져 버렸고, 지하실의 차디찬 바닥에서 연희는 살아서는 마지막으로 듣는 자신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두 눈을 부릅뜬 채 정신을 잃어갔다.
연희가 마지막으로 본 미녀의 눈이 있는 그림의 뒤쪽엔 아직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는 두개의 사람 눈 알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그 밑에는 두 눈이 해골처럼 휑하게 뚫린 영신의 시체가 초라하게 웅크린 채 연희의 모습을 보며 웃는듯 우는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필로그-
영신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선글라스의 여자가 불쑥 영신에게 말을 걸었다.
"흠…. 생각보다 자네는 멍청한 것 같군. 내가 어렵게 힌트까지 줬는데 말이야. 꼭 이 방법밖엔 없었나?"
이미 죽어서 움직이지 않는 영신의 몸에서 불쑥 몸을 일으킨 또 하나의 영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당신에게 궁금한 게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얼굴을 그리게 된 게 모두 당신의 계획이었습니까?"
갑작스런 영신의 질문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선글라스의 여자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자네가 그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는 내가 시험을 시작한 거지."
"그럼 거리에서 죽은 여자를 발견하게 된 것도?"
"그렇지. 그때부터 내 시험은 시작됐지."
"그런데 이런 시험을 통해 당신이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킬킬킬…. 별다른 이익은 없지. 다만 역사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또 새로 만들어 가기도 하고 가끔은 싱싱하고 쓸만한 영혼을 얻는다는 것 외에는…. 하지만 이런 낙도 없으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겠나?"
여자의 대답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던 영신은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이 모든 게 단순한 당신의 유희였군요.
어쨌든 이젠 모두 지난 일이니…. 연희는 아름다운 여인이죠.
하지만 그릇된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가 될 테니 결국은 제가 그녀의 영혼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돌아가고 3일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내가 선택할 길을 일러주더군요.
모나리자의 눈썹 없는 얼굴을 생각하자, 그녀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미소를 띄고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울고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의 말대로 다빈치가 당신에게 영혼을 팔았다면 다빈치는 분명히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모나리자의 미소 속에서 눈물을 떨구며 울고있을 겁니다.
저는 다만 그럴 용기가 없었을 뿐이죠. 영원히 울고 있을 용기가…."[이번 회 끝]
글·송강민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