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노트] '번트 그립' 한-미 스타일 논쟁
기사입력 1999년 02월 28일 14시 59분
"방망이를 손 전체로 동그랗게 말아쥐어라."（차영화코치）
"손가락 부상의 위험이 있다. 내 스타일대로 하겠다."（샌더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해태의 스프링캠프지인 알라와이구장.
번트방식을 놓고 샌더스와 차영화 수비코치간에 약간의 의견충돌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외국인 선수 샌더스의 그립 때문.
샌더스는 오른손의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를 잔뜩 구부려 방망이 헤드 뒷부분을 움켜쥔 채 번트 훈련을 했다.
투수입장에선 방망이를 쥔 오른쪽 손가락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는 특이한 자세.
이를 본 차코치는 통역원 이억중씨를 통해 다른 선수들처럼 손바닥 전체로 방망이를 감싸안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샌더스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이런 스타일로 계속 번트를 했다. 투수의 공이 방망이가 아니라 손가락에 와서 맞으면 어떻게 하느냐. 미국에선 많은 선수들이 부상의 위험 때문에 나같은 방식으로 번트를 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이에 차코치는 "자신이 의도한 지역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내기 위해서는 번트를 할때 손으로 배트를 말아쥐는 게 기본이다. 지시대로 하라"고 반박.
번트 그립을 놓고 벌인 5분간의 짧은 논쟁은 결국 통역원 이억중씨가 전달한 말 한마디, "You have to（반드시 따라야 한다）"로 종료가 됐지만 샌더스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언어 음식 등 문화적인 측면외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배운 야구 스타일의 차이점을 극복해야 함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과제임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호놀룰루（미 하와이）＝김상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