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스포츠TV는 '국민의 방송'이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26일 14시 03분
여기 식물이 한포기 있다고 치자.
이 식물은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는데 6개월이 걸리고 그동안 800칼로리의 영양분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런데 영양분을 500여칼로리만 공급해주고 중단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케이블방송인 한국스포츠TV가 그 꼴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 95년 자회사인 스포츠TV를 개국하면서 오는 2000년까지 매년 증자형식으로 출자, 총 800억원을 지원키로 했었다.
그런데 지난 97년까지 516억원을 출자한뒤 지원을 중단했다.
스포츠TV는 이에 따라 22억여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2개월째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가 하면 출연료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단은 최근 스포츠TV를 매각키로 결정하고 그동안 중계방송을 모두 중단, 전에 방영했던 경기장면만 재방영하겠다며 전직원 76명 가운데 송출팀과 인수팀 14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정리해고토록 했다.
이제 스포츠TV는 파행방송에 들어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스포츠TV는 체육계의 꿈이고 희망이다.
통쾌하게 터지는 슛장면과 호쾌한 안타 내지는 홈런 등 스포츠 스타들의 절묘한 플레이를 종일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포츠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또 당구, 볼링, 경마, 경륜 등은 물론 비인기 종목들까지 상세히 소개, 시청자들의 여가문화를 바꿔놓았다.
그래서 스포츠TV는 개국과 함께 케이블방송 가운데 메이저채널로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공단의 스포츠TV 지원 중단은 애청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과 다름없다.
공단의 지원금은 체육진흥기금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서울올림픽 기금 가운데 남은 것과 경기장 입장료에서 징수해 모은 것으로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스포츠TV를 매각하더라도 그때까지 방송은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의무를 이행치 않는다면 공단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만약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스포츠TV가 고사된다면 공단이 그동안 투자한 500여억원은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데 그에 대해 국민에게 뭐라 설명할 것이고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스포츠TV 지원중단과 매각방침은 체육진흥기금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스포츠TV에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게 공단의 주장이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에 맹종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막을 내렸다. 이제는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의 정부 시대인 만큼 공단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정확히 파악, 활짝 열린 언로를 통해 올바로 건의해야 할 것이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