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32연패 '그래도 여보 힘내세요'
기사입력 1999년 02월 25일 15시 08분
"여보 힘내세요."
IMF 사태에 따른 실직, 봉급 삭감 등으로 `고개숙인 남편'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농구코트에도 경제위기 만큼이나 커다란 시련을 맞아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가장（家長）들이 있다.
대구 동양의 기혼자 3인방 이훈재（32） 김재열（29） 김승민（26） 등이 바로 그들이다. 25일 현재 무려 32연패.
패배를 숨쉬듯 하면서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멀리서 아낌없는 내조를 해주는 부인이 있어 새로운 힘을 얻고 있단다.
원정경기를 다니느라 집에 못들어간지 벌써 2주가 넘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받을 뿐이다.
이들 선수부인은 한결같이 게임이 있는 날 결과가 궁금해도 부담을 줄까 싶어 먼저 전화를 거는 법이 없다. 거듭되는 패전보에도 실망하는 기색없이 자신감을 넣어주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지난 97년 봄 결혼한 이훈재의 부인 추현주씨（32）는 며칠전 정성껏 달인 뱀장어와 꿀 인삼 등을 대구 숙소에 부치기도 했다.
다음달 9일이 출산 예정일인 김승민의 부인 윤혜성씨（26）.
맛있는 음식 한번 제대로 못 얻어 먹고 출산준비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홀로 하고 있지만 불평 하나 없단다.
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꼭 1승이라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의지하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이들 농구가족이 다시 활짝 웃게 될 날은 과연 언제일까.
[대구＝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