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이상 러시아인을 모욕하지 말라!'
기사입력 1999년 02월 25일 15시 08분
할리우드 영화 속에 주로 주정뱅이나 테러리스트로 등장해온 러시아인들이 마침내 `이미지 바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핵심인물은 러시아 자유민주당 소속의 듀마(러시아 하원) 의원인 미트로파노프. 그는 이미 지난 연말, 블록버스터 `아마겟돈'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아마겟돈'에 묘사된 러시아 우주비행사의 모습을 보면 항의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러시아 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 레프는 털모자를 쓰고 보드카를 마시고 있다.
또 미제 우주왕복선의 시동이 걸리지 않자 "미제 기계건 러시아제 기계건 부품은 모두 대만제야"라는 명언과 함께 렌치로 두들겨 수리(?)를 하는 `무대뽀 정신'으로 일관하기 때문.
미트로파노프가 이번에 목소리를 높인 영화는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캐스트 어웨이'. 그는 이 영화가 러시아인들을 `게으른 알코올 중독자들'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화 전반부에서 행크스는 페더럴 익스프레스의 러시아 지사장으로 출연, 현지인 여직원에게 악을 쓴다. "도대체 왜 이 소포가 배달되는데 87시간이나 걸리나? 하느님은 그 시간에 지구를 만들었단 말이야!"
미트로파노프는 "완성된 영화를 볼때까지 논평을 유보하겠다"면서 "만약 영화가 러시아인의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을때는 당연히 영화의 러시아 개봉 저지를 문제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작사인 드림웍스 런던지사는 `모스크바 타임즈'와 회견을 갖고 "`캐스트 어웨이'는 오히려 미국인들을 비방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너무 바쁘고 빨리 일하는데 매달리며, 상대방에게 지나친 압력을 주는 정신나간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송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