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거인마운드 투구인터벌 '헷갈리네'
기사입력 1999년 02월 24일 14시 05분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올시즌 롯데를 상대로 한 나머지 7개구단 타자들은 배팅타이밍을 잡는데 적잖이 고생해야 할 것 같다.
투구 인터벌이 가장 길고, 짧은 양극의 투수가 함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공하나 던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로 유명한 투수는 성 준（37）.
여기에 정반대의 스타일을 앞세워 등장한 `다크호스'가 외국인 마무리 길포일（31）.
알려진대로 성 준의 손끝에서 공이 떠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스타킹을 한번 잡아당기거나 스파이크끈을 다시 조이는 것은 기본.
주자가 나가있을 때는 견제구를 던지거나 아니면 힐끔힐끔 쳐다보는 등 게임 템포를 엿가락처럼 늘인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제나 저제나 공이 오기만 기다리던 타자는 제풀에 지쳐 아무 구질에나 방망이를 내보내기 십상.
이에 비해 길포일은 `번갯불에 콩궈먹는' 피칭으로 타자를 닦아세운다.
지난 22,23일 일본 지바 롯데와의 연습경기와 청백전서 마무리로 등판한 길포일은 포수로부터 공을 받자마자 곧바로 투구에 들어가는 속전속결의 투구패턴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한번 공을 던진 뒤 다음피칭까지 걸리는 시간이래야 기껏 7∼8초.
기존의 국내선수들보다 못해도 5초 이상은 빠른 셈.
미국에서는 타자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기 위해 인터벌을 최대한 짧게 가져간다는 게 길포일의 설명이다.
상대팀의 입장에서 최악의 장면은 역시 `엿가락' 성 준이 선발로, `번갯불' 길포일이 마무리로 나오는 상황.
둘의 장단에 함께 맞추려다 보면 머릿속이 빙빙 돌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가고시마＝이백일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