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이민호가 살아가는 법
기사입력 1999년 02월 24일 14시 05분
일본 오키나와서 훈련중인 쌍방울 이민호의 하루는 길다.
동료들과 똑같이 운동을 마치고도 그에게는 두시간짜리 `의무 일과'가 하나 더 남는다.
매일밤 제몸에 쑥뜸과 수지침을 놓은지 1년째.
난치병인 버거씨병을 앓고 있는 이민호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배운 생존법이다.
그에게 야구는 병보다 질기다.
운동을 뚝 끊고 6개월 치료하면 떨어질수 있다는 병.
그러나 그라운드를 떠나느니 차라리 병을 끌어안았다.
그의 발은 겨울에 저릿저릿 시리다. 여름에는 후끈후끈 더워진다.
피곤할수록 고통이 심하다.
`철인 훈련'으로 유명한 돌격대 캠프를 지휘하다가 김성근감독은 언뜻 아픔을 참기 위해 입술을 질끈 깨무는 한 선수를 본다.
순간 `맹장'의 가슴 한구석이 저려온다.
그러나 이민호는 당당하다.
그라운드에 서면 말끔히 잊는 아픔. 그곳에 계속 서기 위해 기꺼이 참아내는 고통이다.
건강했을 때에도, 병을 품은 후에도, 그는 언제나 밝고 건강하게 웃는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초의 스타 골키퍼인 `미스터 골리' 글렌 홀은 18시즌을 뛰면서 11차례 올스타에 뽑혔다.
누구에게도 도전받지 못할 NHL 골키퍼 연속 출전기록이 502게임.
맨 얼굴로 말뚝처럼 골문을 지키는 동안 세인트루이스를 세차례 스탠리컵 파이널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홀이 나의 영웅이 된 것은 화려한 성적과 기록 때문이 아니다.
그는 1971년 얼음판을 떠나던 마지막 순간까지 보호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다이내믹한 공격수들의 칼날같은 슈팅.
로켓이 되어 날아드는 무시무시한 퍽 세례 속에서도 한결같이 우뚝 서 있었다.
스포츠맨은 두려움을 이긴다.
그 당당함이 아름답다.
[이승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