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식드신뒤 값 알아서 내세요' 13년째 성업
기사입력 1999년 02월 24일 01시 07분
런던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처음 간 손님들을 곧잘 놀라게 한다. 일단 따로 메뉴가 없이 세 코스의 음식과 디저트가 나온다.
물론 이런 식당은 많다. 그러나 진짜 놀랄 일은 다 먹고 난 뒤. 얼마냐고 묻는 손님에게 웨이트리스는 "알아서 내시라"고 말한다.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느냐고? 최근 `피플'지에 따르면 식당 `바로 모퉁이를 돌아(Just Around the Corner)'는 벌써 13년째 이런 영업방침을 고수하면서도 날로 번창, 현재 85개의 테이블을 갖춘 대형 식당이 됐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1인분 식사비로 영국 레스토랑의 평균 가격인 25파운드(약 5만원)를 낸다. 한 손님은 "그날따라 재료가 나빴다든가 하면 1,2파운드 정도 `깎는' 맛도 있다"고 밝혔다.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 출신인 주인 마이클 바소스에 따르면 `거저 먹으려는' 손님은 거의 없다.
언젠가 한 손님이 달랑 5파운드 지폐를 테이블에 놓자 바소스는 총알같이 따라가 그 돈을 손님에게 돌려줘 다른 손님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반면 횡재도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인 네 사람이 식사를 한 뒤 보통 손님의 다섯배 가격인 1천달러(약 120만원)를 냈다.
"그중 한사람이 `이정도면 밑지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바소스는 이럴때 절대 돈을 돌려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1천달러짜리 식사를 했다고 만족해하는 손님을 실망시키는건 식당 주인의 도리가 아닙니다."
바소스는 이 식당의 영업이 가능한 것을 "런던 특유의 관용" 덕분이라고 말한다. 구두쇠가 많기로 소문난 스코틀랜드 출신의 단골 손님 대니 이스턴은 "우리 고향같으면 1파운드만 내고 나가는 손님들 때문에 당장 망할 것"이라고.
[송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