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연패 동양 '우리를 주목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1999년 02월 23일 14시 46분
"제발 신경 좀 꺼주세요."
한국 프로스포츠사상 초유의 연패 행진을 이어가는 프로농구 대구 동양은 지켜보는 시선 때문에 정말 죽을 맛이다.
지난해 11월24일 삼성전부터 꼬박 석달 동안 31연패를 기록중인 동양이 언제 연패의 고리를 끊을 것이냐가 요즘 프로농구계의 핫이슈.
올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이나 정규시즌 MVP는 뒷전이다.
이같은 세인들의 지나친 관심 탓인지 동양의 최근 경기엔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든다.
신문．방송 취재기자들과 ENG카메라 기자, 사진기자 등 20∼30명의 취재진이 운집하는 것은 보통이고 근래엔 각종 잡지사 기자들도 가세한다.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니 상대팀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얼마전 동양과 경기를 벌인 모 구단 감독은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선수들에게 편한 마음을 가지라고 지시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칫 동양의 연패행진 탈출의 희생양이 됐다간 무덤까지 불명예를 안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지더라는 것.
여기에 기록적인 연패에도 불구, 동양의 대구 홈경기에 3천명 이상의 관중들이 입장하는 기현상 또한 상대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성적과 무관하게 불어가는 관중을 놓고 KBL（한국농구연맹）은 `연구대상'이라는 반응인데 이같은 관중폭발이 오히려 동양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동양으로선 농구팬과 매스컴의 시선이 그저 야속할 따름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