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세리 부진 회복…결국 팬들의 몫
기사입력 1999년 02월 22일 14시 35분
"아니 저런 것도 못넣어? 박세리도 별거 아니네…."
하와이언 여자 오픈 골프대회가 벌어진 카폴레이 골프코스를 찾았던 몇몇 교포들은 이렇게 떠들어댔다.
물론 말을 한 장본인이야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박세리는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사실 요즘 박세리는 정신적인 부담이 너무나 크다.
이번 대회기간 동안 줄곧 박세리를 지켜보면서 그녀의 표정이 작년과는 완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왜일까.
물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최근들어 교포들이나 국민들 모두가 자신을 `부정적'으로만 본다고 지레짐작하고 있는 탓이다.
잘 나갈 때는 모두가 `최고'라고 외치면서 추켜세우더니 조금 성적이 나쁘니까 `별 수 없다'며 깍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것.
볼이 좀 안맞으면 `좋은 코치와 헤어져 그렇다'는 등 비난을 하고 심지어는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왈가왈부하는게 요즘 주위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얼토당토 않은 `귀화설'까지 튀어나와 아직 22세 밖에 되지 않은 박세리로서는 가슴에 커다란 멍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정신적인 충격은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치명적인 상처일 수 밖에 없고 부진의 늪에 더욱 깊게 빠지게 하는 함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충분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경쟁자 때문이 아니라 그린 바깥의 다른 이유 때문에 정상에 올라설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골프라는 종목 자체가 선수의 `파이팅_'을 외치며 분위기를 돋우는 그런 종목이 아닌 만큼 팬들도 차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또 앞으로 2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게 될 박세리를 단 몇개 대회 성적만으로 매도하는 것도 큰 오류를 범하는 짓이다.
[카폴레이（하와이）＝이사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