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77년 뛰어 넘은 마라톤 사랑
기사입력 1999년 02월 22일 01시 11분
이날 5㎞ 건강달리기에 출전한 선수 중 최고령자와 최연소자의 나이차는 77년간.
85세의 이중헌옹(대전 중구)과 올 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덟살의 박가영양(전남 광양)은 비슷한 시간에 `사이 좋게' 결승점을 통과, 나이를 뛰어 넘는 `마라톤 사랑'을 과시했다.
아버지(박성화)의 권유로 출전하게된 박양은 완주 후에도 전혀 힘든 기색도 없이 "아빠와 언니가 앞서 뛰길래 따라뛰었을 뿐"이라고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바로 뒤에 골인한 이옹은 한 평생을 `달리며' 보낸 의지의 육상인.
일제때인 소학교시절 육상을 시작한 이옹은 고교때부터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시작했다.
경기도 김포에 태어나 13살때 함경도로 이주한 이옹은 26살때인 지난 50년에 6．25가 터지면서 가족들과 헤어졌고, 이후 `달리기'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 됐다.
이옹은 중년의 나이때도 10여회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으며 92년 벌어진 `남북통일 염원 달리기'에서도 문산∼임진각 구간의 주자로 뛰었다. 현재도 대전 생활체육육상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이대로 평양까지 달렸으면 좋겠다"는 이옹은 죽기 전에 북한 땅을 달려보는게 소원이라고.
[ 광양＝서태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