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ML산책] 장기계약 또 하나의 교과서
기사입력 1999년 02월 21일 14시 59분
LA다저스의 케빈 말론 단장이 박찬호를 메이저리그 초특급 선발투수 예우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시장경제 논리로는 이해가 안되는 `실수'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
돈을 내는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적은 액수로 좋은 상품을 사들여야 하기에 오히려 상품을 흠집내거나 깎아내리려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러나 말론 단장은 당대 최고의 선발투수들인 브라운과 매덕스를 언급하며 박찬호를 동격으로까지 격상시켰다.
상황 전개가 이렇게 펼쳐지면서 박찬호 진영의 장기계약 접근 방법도 대폭적인 수정이 절실하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씨는 나름대로 다각적인 자료를 분석하며 섣불리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 다저스의 입장을 살피는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자료로 뽑아 놓은 비교 선수들의 수준이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극적인 접근 방법에 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ML）의 경력과 나이, 기록 등을 기준으로 스티브 김씨가 뽑은 박찬호와 동격의 선수들은 조이 해밀턴（토론토）과 스티브 트랙슬（시카고 커브스） 정도.
ML 5년차인 28세의 해밀턴은 통산 55승44패에 지난 시즌 13승13패.
ML 6년차로 29세인 트랙슬도 통산 52승51패에 지난 시즌 15승8패로 외견상 박찬호를 포함, 3명의 우완 선발투수들은 비슷한 기록을 보인다.
그러나 박찬호가 가지고 있는 구질과 능력, 잠재력, 뛰어난 시장성 등을 감안하면 해밀턴이나 트랙슬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승부에 직결되는 각종 기록면에서 박찬호는 브라운이나 매덕스와 견주어 뒤질 것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5년전 스티브 김씨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20만달러라는 계약금을 받아내 박찬호의 뒤를 이은 한국선수들에게 선명한 잣대를 제시했었다.
현실로 다가온 1천만달러대의 연봉 계약은 박찬호의 뒤를 이어 ML 정복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또 한번의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칼자루를 쥔 박찬호 진영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자신있는 장기계약 체결 작전을 펼쳐야할 때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