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톱스타들의 숨은 장인정신
기사입력 1999년 02월 19일 14시 38분
1950년대 두차례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리치 애시번에게는 슬럼프를 해결하는 독특한 방법이 있었다.
"타격감이 꾸물대 괴로운 몇경기가 계속되면 나는 배트와 하룻밤을 지냈다. 배트를 더 잘 알기 위해서 밤새 그를 꼭 끌어안고 잠을 잤다."
삼성 이승엽은 초등학교 4학년,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때 만난 박부근감독을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준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글러브 위는 넘어다니지도 못하게 하셨어요. 이기고 지는 승부 만큼이나 경기에 대한 사랑을 배웠습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뤄낸 톱스타지만 그는 한결같이 겸손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역시 숨은 이유가 있었다.
LG 심재학의 투수 변신 소식을 들었을때 조금 마음이 아팠다.
그가 누구보다 타석에 서는 일을 사랑했던 타자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심재학은 제몸에 맞는 방망이는 "딱 쥐어보면 안다"고 했다.
"벌써 첫손에 맘이 통한다는 걸 느낀다니까요."
`좋은 목수가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딱히 진리가 아니다.
우리가 덜 넉넉하던 시절, 서로의 처지를 참고 위로하기 위해 나누던 말일 뿐이다.
사실은 `연장탓'을 해야하고, `연장덕'도 알아야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목수는 연장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글러브, 배트와 하나가 되어 호흡할수 있을때 좋은 선수가 되는 것 처럼.
강타자 애시번의 열정과 `리틀라이언' 이승엽의 진지함, 어느 이름모를 목수의 장인정신에는 그렇게 닮은 구석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