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아파트 전주인의 '생활메모'
기사입력 1999년 02월 19일 14시 38분
충남 계룡대 군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발영 중령（43．공군본부 군수참모부）은 군 이사철인 요즘 안방에 붙은 `메모지'만 보면 흐뭇해진다.
지난해 이맘때 이중령이 오산에서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처음 대했던 메모지 한장.
서울로 전속간 전주인이 얼굴도 한번 본 적없는 이중령 가족을 위해 쓴 글이었다.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진 16절지 한장에는 `뜨거운 물을 빨리 데우고 싶으면 보일러의 안방 스위치를 `여름'에 고정 시키세요' `버스를 타려면…'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은…' 등 아파트 생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군인아파트는 군인가족들의 공동주택.
전속지가 수시로 바뀌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황급히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다음 주인을 위해 꼼꼼히 써내려간 이 메모지는 이중령의 입장에선 `충격'이었다.
"고교생인 아들과 여중생인 딸에게는 `남을 위한 배려'가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산교육이었어요."
그래서 이 메모지를 1년간 안방에 그대로 붙여 놓았다.
"전주인이 누군가 궁금해 수소문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가 7년 터울의 후배인 것을 알고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이중령은 이 이야기를 사람들만 모이면 꺼낸다.
메모지 끝에 써있는 한마디 까지 곁들여서.
`행복하게 사세요.'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