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순애보의 절정
기사입력 1999년 02월 19일 14시 38분
우리가 생각할 때 사람이 어떤 절정에 이르면 기분이 좌아악∼ 찢어질 것 같지만, 실제 그것은 순간일 뿐 곧이어 허전함이 따른단다.
이를테면, 그토록 원하던 여자를 내것으로 만들었다!(아주 흉한 표현으로 `자빠뜨렸느니…'하는데 에로_는 그런 말을 결코 안쓴다)했을 때도 그렇다. 치솟는 흥분은 잠시뿐 이내 허탈감이 따른다.
이런 기분말이다. `젠장, 별거 아니잖아? 내가 그동안 왜 미쳐 난리를 쳤지…?'
산악인 허영호씨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죽을 고생하고 최고봉에 이르면 이상한 `허무감'에 눈물이 흐르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상의 절정을 늘 꿈꾸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절정'이 꼭 그 `절정'은 아니지만 `절정'에 이르고 있는 몇가지 경우를 들어 보겠다.
1. 대결의 절정→ 폭포 아래서 쉬야를 하며 과시하는 남자의 오줌발.
2. 위생의 절정→ 빨대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떤 모성애.
3. 과학기술의 절정→ 지퍼가 달린 콘돔.
4. 순애보의 절정→ …주고, 숙박료 내고, 아침에 해장국값까지 쥐어 주는 여자.
5. 교양의 절정→ 싸울 때 유리병을 깨들고 덤볐으면 덤볐지. 쌍시옷(ㅆ) 발음은 끝내 안하는 사람.
6. 곤란함의 절정→ 양손에 국물 담긴 그릇을 들고 있는데 등이 가렵다.
7. 황당함의 절정→ 볼 일 잘 보고 나서 화장지를 버리는데 손가락이 뚫고 지나간 것을 발견했을 때.
8. 게으름의 절정→ 아내 위에서 지진이나 나길 기다리는 남자의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