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공포의 실험실 : 교환 (7)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아니면 자신을 위해 그토록 헌신하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그랬을까?
그녀는 그때야 처음으로 나를 꼭 끌어안고 깊고 깊은 키스를 나누었던 것이다. 이제 며칠 뒤에 깨어나면,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회복이 되면, 그때는 처음으로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풋풋한 그녀와 함께. 그러한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나는 다시금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돌아섰다.
그리고 칸막이 너머로 슬쩍 추녀의 침실을 들여다보았다.
도저히 그 여자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저 심전도계만 슬쩍 확인하고 나서 밖으로 나섰다.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잊고 있었다.
요 며칠 너무 바쁘게 지내는 바람에 흰 쥐 모녀를 제대로 살펴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가끔 지나치는 길에 먹이를 주기는 했지만 제대로 살필 틈이 없었다.
물론 어미는 먹이를 잘 먹고 새끼는 젖을 잘 빨고 있었다.
자식들！ 내가 어제 넣어준 먹이를 벌써 다 먹지는 않았겠지?
아직도 먹이가 조금은 남아 있겠지? 그리고 아기 쥐도 여전히 엄마의 젖을 잘 빨아먹고 있겠지?
나는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흰 쥐 우리가 놓인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흰 쥐 우리로 다가섰다. 흰 쥐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것은 내 사랑 그녀에게도 연결되는 것이므로….
내가 다가가는 기척을 느꼈을까? 찍찍대는 쥐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건강하게 먹이를 먹어야지.
아기 쥐는 엄마 쥐의 젖을 맛있게….
아기 쥐는 엄마 쥐의 젖을 맛있게….
그랬다. 여전히 아기 쥐는 엄마 쥐의 젖을 빨아먹고 있었다.
여전히 모녀가 모두 건강했다. 다행히도….
가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어딘가 이상한 것 같다. 아기 쥐와 엄마 쥐….
아기 쥐와 엄마 쥐?
어째 잘못된 것 같다. 그 동안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무심코 지나쳤지만.
사람은 얼굴을 보고 개개인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럼 쥐는? 글쎄, 쥐는….
이럴 경우, 이렇게 덩치가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 엄마와 자식을 구분하는 방법은, 당연히… 덩치를….
덩치가 작은 쪽이 아기니까 덩치 큰 쪽의 젖을 먹는다?
아니, 아니다. 머리를 서로 바꿨으니까, 덩치가 작은 쪽이 어미다.
그렇지. 덩치에 관계없이 뇌가 있는 쪽이 어미인 것이다.
즉, 머리가 어미인 쪽이….
그런데, 어째…?
어미 머리를 가진 쪽이 새끼 머리를 가진 쪽의 젖을 빨고 있다.
가, 가만?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느 쪽이 어미지? 덩치가 큰 쪽이 어미라고?
새끼 쥐의 머리를 가진 쪽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새끼 아닌가?
그런데 이, 이건…. 그렇다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와 컴퓨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몇 달 전에 갈무리해 둔 파일을 열었다.
거기에, 거기에 나오는 내용은….
＜영혼이 뇌에 존재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어떤 가설에 의하면 영혼은 몸에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뇌가 정지할 경우 사람은 깨어날 수 없지만, 그것이 꼭 영혼이 뇌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심장이 정지할 경우에도 사람은 깨어날 수 없다. 따라서….＞
맙소사！ 그렇다면,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아니, 어쩌면 사실일 것이다. 저기 저, 저 흰 쥐 모자에게서 증명되었듯이….
그렇다면, 그렇다면 저 안에… 저 안에 누워있는 그녀는…?
만약에 그녀가, 아니 정말로….[이번 회 끝]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다음 회는 송강민씨의 `다빈치의 눈물'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