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엄홍길-박영석 8천m급 등반 불꽃싸움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한국이 낳은 세계적 고산등반가 엄홍길씨(39·파고다외국어학원)와 박영석씨(37·동국대 산악부)가 8천m 등반 레이스를 재개한다.
엄씨와 박씨는 다음달 20일 각각 안나푸르나와 칸첸중가에 도전하기 위해 히말라야 현지로 출국한다고 18일 밝혔다.
세계적으로 5명밖에 해내지 못한 8천m급 봉우리 14개를 모두 오르기 위해 고독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사람의 현재 기록은 타이.
당초 엄홍길씨가 계속 선두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봄 엄씨가 11번째 도전지인 안나푸르나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추락해 다리를 크게 다치며 등반을 못하고 있는 사이 박영석씨가 낭가파르바트에 이어 마나슬루까지 올라 둘은 나란히 10개의 8천m급 봉우리 등반을 기록하고 있다.
두사람은 모두 "등반에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4좌를 모두 오를 경우 세계 6위,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로 완등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는 셈이어서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흐르고 있다.
산악인들의 관심은 부상으로 1년 가까이 등반을 못했던 엄홍길씨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이 쏠리고 있다.
떨어지는 셀파를 붙잡아주다가 로프가 발목에 감기며 발목의 인대가 끊기고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던 엄홍길의 재기 가능성 여부가 이번 안나푸르나 등반으로 결판나기 때문이다.
엄씨는 지난 가을부터 미국 마운틴레니어, 캐나디언로키, 남미의 아콩카과 등을 순회하며 재기의 칼날을 갈아왔다.
더우기 이번에 오를 안나푸르나는 3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쓰라린 기억의 현장이어서 의미가 더욱 깊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