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판화 대중화' 틀을 깨자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일반적으로 `판화' 하면 액자로 장식돼 벽에 걸리는 판화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판화의 개념을 뛰어넘어 그 본질과 대중소통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시와 출판으로 가시화됐다.
24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전관에서 열리는 `판화．예술．책'전과 임영길, 이광록씨가 편집한 `예술가가 만든책' 1권(예술출판 AROOT).
홍익대 판화과 임영길교수, 전시기획자 김찬동씨, 평론가 고충환씨가 과거 판화예술이 갖고 있던 `소통'의 힘을 다시 부활시켜야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기획했다.
`책'을 모티브로 한 것은 판화의 연원이 중세 수도원의 성경필사본 제작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듯, 판화가 정보를 전달하는 인쇄술, 책 개념과 함께 발달해왔으나 현대에 와서 이런 판화의 소통기능은 장식적 기능에 눌려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시도록도 에디션 개념을 적용해 999권 한정본으로 2만원의 가격을 매겨 유통시키고 있다. 물론 아직 결과는 미지수.
전시에는 강동석 강애란 김익모 남궁산 박광열 박훈 서정희 송숙남 석영기 신장식 오이량 윤동천 윤여걸 차재홍 최미아 정병례씨 등 58명의 젊은 판화가, 조각가, 화가 등이 참여해 각자가 생각하는 `아트북'을 내놓았다.
그러나 형태는 가지가지.
종이대신 식빵에 글을 쓴 작가(최미아)도 있고, 전각을 이용한 책(정병례), 설치를 이용한 작가(윤동천 강애란 김형길 등), 복사기를 이용한 작가(석영기), 컴퓨터 혹은 인터넷으로 전자책을 만든 작가(이광록 임정은 엄정호), 장서표를 이용한 작가(남궁산) 그외 에디션 개념을 적용하거나 제책 과정 자체를 문제삼는 작가, 제책의 기본매체가 되는 펠트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작가 등 다채롭다.
임영길 교수는 "판화값을 내리는 것이 판화대중화의 대안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출판유통경로로 판화 아트북을 내고, 나아가 인터넷 등을 이용해 소통의 인프라는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오는 10월 서울 서초동의 한원미술관에서 두번째 기획전을 열고, 판화예술과 아트북의 내용, 미디어와 판화 등을 좀더 심층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02)760－4612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