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어머니 - 20년 금자탑 첫돌 쌓는다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우리 공연계의 `아이디어 뱅크'인 정동극장(극장장 홍사종)이 새로운 상설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맞는다.
오는 27일부터 4월25일까지 공연하는 `손숙의 어머니'(이윤택 작, 연출)가 바로 그것.
올해부터 2018년까지 20년 동안 매년 2∼4월에 중견배우 손숙이 어머니 역으로 등장, `영원한 현역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방위 문화게릴라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가 함께 하며 (주)삼주산업(회장 김흥주)이 작품 제작비 전액을 협찬한다.
손숙은 "한 극장이 저를 위해 상설무대를 만들어줘 감사한다"면서 "보편적인 한국인의 어머니를 통해 영원한 사랑의 의미를 되살려 내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이 작품은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한 어머니(일순이)를 통해 한국적 어머니상과 가족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어머니는 드라마 작가인 아들에게 영화에 나온 연애담을 자기 것인양 이야기하며 과거로 돌아간다.
어머니는 첫사랑 양산복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난한 돌이에게 시집간다. 자신의 본명을 잃어버린 채 기생출신인 시어머니와 고된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자식들을 낳지만 아들 하나가 학질로 죽고만다.
죽은 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굿판을 벌인 어머니는 손녀에게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이름 석자를 배운 뒤 죽은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자기 이름을 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뀌어도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원형질이자 삶의 마지막까지 간직하는 영혼의 모체(母體)로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극장측은 공연기간 동안 덕수궁 돌담길과 극장내 쌈지마당, 문화일보홀 등에서 `어머니 조각전'과 `어머니 시화전', `어머니 음악회'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장기공연이 끝나는 2018년엔 극장안에 손숙의 흉상을 만들어 이 공연을 기념할 계획이다.
김학철 이명주 하용부 김경익 이현아 등 공연.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7시30분. (02)7738960
[박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