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불확실한 미래 '실속방학' 바람
기사입력 1999년 02월 17일 14시 56분
대학생들의 방학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아르바이트다 운전면허 취득이다 하여 분주히 움직이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그 내용면에서 종전과 판이하다.
우선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분위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운전면허 시험은 2종보통 응시자가 대다수였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십중팔구는 2종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1종보통이 더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두자는 계산에서다.
경기도 의왕시의 진영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 운전을 배우고 있는 한국외대 윤혜영양(1년)은 "이왕 운전면허 따는 거 확실한 걸로 따두고 싶어 1종보통을 선택했다"면서 "유사시 트럭과 택시도 몰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며 활짝 웃었다.
서적구입 풍토도 달라졌다.
흔히 방학 때면 소설이나 교양서적을 많이들 읽어 서점가의 판매율도 덩달아 치솟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소설이나 교양서적의 판매율은 뚝 떨어져 있는 반면 방송어학교재의 판매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책 역시 뭔가 도움이 되는 것들만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와 관련된 서적에 눈길이 가는 모양이다.
서울 종로서적 관리부의 정광화 홍보대리(36)는 "IMF 이후 거의 모든 종류의 책 판매량이 10∼20% 정도 떨어졌지만 방송어학교재는 오히려 증가추세"라고 말했다.
결국 운전을 배우든 책을 사든 미래에 대한 투자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아르바이트 전선도 예외는 아니다.
쉽게 일하면서 돈 많이 받을 수 있는 업종이면 `무조건'을 외쳤던 학생들이 지금은 실리를 챙기느라 머리 굴리기에 바쁘다.
가령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기'와 같이 돈도 벌고 동시에 자신의 어학실력 향상도 꾀할 수 있는 쪽을 최고로 치는 것이다.
연세대 강우성군(22)은 "IMF가 가져다 준 비극인 지는 몰라도 지금은 모든 생활이 실리위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운전을 배우든 간에 자기 생활이나 자기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전지영 명예기자(성균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