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왕따'가 빚은 서글픈 초등학교 풍속도
기사입력 1999년 02월 17일 14시 56분
"수업시간인데 왜 아이들이 떠들고 놀죠?"
최근 아파트 단지에 있는 서울 A초등학교 교무실에 학부형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교감선생은 깜짝 놀라 "그럴 리가 없다"며 `문제의 교실'로 갔다.
담임선생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자습을 해야 할 학생들이 정말로 떠들고 있었다.
교실은 곧 조용해졌지만 교감 선생은 의아했다.
교실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런 신고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일은 A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반포, 잠실, 상계 등 서울 지역과 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학부형들은 교실에서 생긴 일은 어떻게 금방 알았을까.
망원경 때문이다.
최근 들어 몇몇 열성 학부형들이 아이가 진학하면 학교가 잘 보이는 아파트로 이사, 베란다에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틈틈이 살펴보는 일이 많다.
`왕따'가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된 만큼 `우리 아이는 내가 보호한다'는 의식과 함께 `우리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나'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부모가 늘다보니 학교가 보이는 아파트의 인기가 폭등, 매매가와 전세 보증금이 같은 평수의 다른 아파트보다 몇백만원씩 비싸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의 이야기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초등학교의 교감을 맡고 있는 B씨（53）는 "어머니들이 살림을 하는 도중 틈만 나면 망원경으로 교실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의전화를 걸어오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C씨（35．여）는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더구나 `왕따'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고가 학교마다 일어나고 있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