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日공항거쳐 부산…귀향길 천태만상
기사입력 1999년 02월 13일 13시 57분
비행기로 서울에서 일본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설 귀성코스 아시나요.
주차장처럼 변하는 고속도로에서 설 교통대란을 치러봤던 사람들이라면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이 뿐아니다.
견인차를 동원해 꽉막힌 고속도로 벗어나기, 미팅을 하면서 즐겁게 고향가기, 두가족이 9인승 밴을 빌려 전용차선 이용하기 등 나름대로 `편하고 빠른' 귀성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이중에서 백미（白眉）는 역시 서울∼일본∼국내도시를 잇는 국제선 항공코스.
김포공항에서 일본 나리타공항까지 1시간 40분, 다시 나리타공항에서 항공기를 바꿔타고 부산 김해공항까지 1시간.
공항 수속시간을 합쳐 4시간 정도면 설 귀성때 차량으로 10∼18시간이 소요되는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는 것.
항공요금은 40여만원선.
꽤 비싼 금액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편하고 빠르게 고향을 가려는 사람들에겐 문제가 되질 않는다.
부산이 고향인 이모씨（45．무역업．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바쁜 사업때문에 승용차로 한나절 이상이 걸리는 귀성을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거쳐가는 이 코스를 귀띔해줘 15일 여유있게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접어든 운전자들 중에는 갓길을 주행할 수 있는 견인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귀성차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남이, 회덕, 대전 톨게이트.
이곳을 통과하면 대부분 교통체증이 풀리기 때문에 `거북이 운행'에 지친 운전자들은 천안이나 안성쯤에서 견인차를 불러 남이, 회덕, 대전 톨게이트 근처까지 `고장차량'으로 변신, 갓길로 신나게 달린 뒤 다시 뻥뚫린 고속도로로 진입해 고향으로 향한다.
평소 견인비가 30㎞에 8만6천원 정도지만 귀성차량이 몰리는 명절때는 웃돈을 줘야 할 정도로 인기란다.
지난해 이 방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황모씨（32．의류업．서울 동대문구 창신동）는 "장시간 운전을 하다보니 목과 어깨의 통증이 심해 천안 부근에서 견인차를 불렀었다"며 "50㎞에 15만원의 견인비를 지급했지만 편하게 간 것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3년전부터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선보인 카풀-귀향버스 미팅행사의 경우 미혼남녀 1천여명이 신청해 만원을 이루기도 했다.
듀오의 이영균 홍보팀장은 "이 행사가 극심한 교통체증까지 미팅을 하면서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귀성 신풍속도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