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지갑이 맺어준 '돈까스 인연'
기사입력 1999년 02월 12일 15시 40분
경기도 고양에 사는 원백준씨（55．행신동 기산아파트） 집의 외식 메뉴는 `돈까스'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기름에 튀긴 음식을 피해온 원씨가 돈까스를 즐겨 먹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원씨는 지난달 중순 아파트 단지안에 있는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지갑이 빠트려진 것을 알았다.
황급히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지갑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원씨는 한시라도 빨리 카드회사에 도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으로 뛰었다.
아파트 현관에서 40대 초반의 돈까스 배달원과 마주쳤지만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었다.
문을 박차고 숨가쁘게 방으로 뛰어들던 원씨는 아내（48）가 자기의 지갑을 든 채 얼떨떨한 표정으로 "조금전에 돈까스 배달원이 당신의 지갑을 주워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원씨는 아파트 벽에 붙은 스티커에서 돈까스집 전화번호를 찾아 위치를 알아냈다. 그리고 아내와함께 그 집으로갔다.
그곳에는 조금전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쳤던 낙원 돈까스 주인 윤대식씨（41）가 배달 준비에 한창이었다.
원씨는 그날 아내와 함께 돈까스로 포식을 했고, 그뒤로도 틈만 나면 돈까스를 시켜먹고 있다.
"의사는 돼지고기와 튀긴 음식을 피하라고 하지만 그 집 돈까스를 먹으면 엔돌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원씨의 말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