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초조함 달래는 조교사 관전법 성격따라 독특
기사입력 1999년 02월 12일 15시 40분
"좀더 뛰어라."
과천경마장 관람대 지하에 있는 조교사 대기실.
경주마들이 발주대를 떠나기 무섭게 20평 남짓한 조교사 대기실은 고함소리와 담배연기로 뒤범벅이 된다.
경주는 말이, 베팅은 팬이 하지만 레이스가 벌어지는 동안 조교사들의 심장은 이제 막 결승선을 통과한 경주마처럼 요동친다.
사람이 다급해지면 별별 행동을 다 하듯 대기실에 모여있는 조교사들의 관람법도 저마다 독특하다.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레이스를 중계하는 TV모니터 앞을 왔다갔다하는가 하면 소리를 질러야 직성이 풀리는 조교사도 있다.
고함소리가 크기로 소문난 H조교사는 눈총을 받건말건 레이스 내내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소리를 질러 그가 들어오면 다른 조교사들은 아예 자리를 피할 정도.
K조교사는 경주전 동전을 한주먹 바꿔놓는다.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면 긴장이 풀리기 때문.
동전이 없으면 자동차 열쇠나 아파트 열쇠 등 쇠붙이를 만지작거려 새로 산 바지가 3∼4개월이면 다 헤진다고.
고참급인 L조교사는 모니터에 궁금한 장면이 화면에 나오지 않으면 가려진 부분을 찾아보려는 듯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길게 뺀다.
결국에는 한숨만 푹푹 내쉬지만.
바둑파도 많아 김대근 김충근 조교사는 바둑을 두면서 초조한 마음을 달랜다.
특히 P조교사는 1분여만에 끝나는 레이스에 맞춰 속전속결로 승부가 나는 오목을 즐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관전을 하는데도 위계가 있다.
고참 조교사들은 감정표현을 맘놓고 하지만 신참들은 자기 말이 우승을 해도 선배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모니터만 지켜볼 뿐이다.
[권정식 기자]
